다시 보자 (feat. Gpt의 연애상담)
정말 정말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고, 앞으로 더욱 없을 것 같다.
그와중에, 10년도 더 전에 짝사랑했던 친구와 최근에 연락이 좀 활발해져서 문득, 아 저 친구랑 잘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참 좋아했었다. 티를 안 내고 있다가, 몇년 뒤 용기를 내서 연락도 했고, 밥도 몇번 둘이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날은 둘이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 그 친구가 나를 집에 데려다 주며 내 손을 잡았다. 아빠 손, 동생 손 말고 처음 잡아 본 남자 손이었을 것이다.
취했지만 설렜고, 이게 연애의 시작인가 싶어 기뻤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친구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얘기해 보니 기억 안 나는 게 아니라 안 나는 척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뭐 뽀뽀를 한 것도 아니고, 본인도 당황했으니 기억 안 나는 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대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실망스럽고, 배신감 들고, 화가 났다. 그래서 기분이 상했다는 걸 표현하고, 그 친구의 연락에 더 답하지 않았다. 난 마음을 굳게 닫았고, 그 친구를 원망했다. 상처 받았다.
그 직후 그 친구는 몇번 연락을 해왔지만, 나는 냉담하게 반응했고, 무시했다.
그 후, 나도 첫 연애를 시작했고, 그후 쉴 틈 없이 연애를 해서 그 아이에 대해 아쉬워 하거나. 그리워할 틈은 없었다. 그 아이도 연애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다 한번은, 내 SNS에 댓글도 달고, 메신저도 보내왔다. 궁금하긴 했다. 이 아이는 나에게 어떤 감정일까. 나는 사길 별 감정 없었다. 연애하기 바빠서.
그러다 최근, 올해들어 그 아이의 SNS를 보다가 나와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해 연락을 했고, 손을 잡았던 밤 이후 10년만에 밥도 먹었다.
그날 만나서 밥을 먹으니, 10년 전의 어린 내가 이 아이를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여전히 맑고, 밝고, 따뜻하고, 귀여웠다…! 그대로였다. 이런 애랑 연애하고, 오바지만 더 나아가 평생의 짝이 되면 되게 좋겠다 싶었다. 내가 결혼 상대에게 찾는 모든 외적인 요소들도 다 갖추고 있었기때문이다. 안정정인 사람이다.
그러나 나에 대한 이성적인 호감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고, 그래서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
그후 아주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았다. 조금 반가웠던 것은, 내 생일에 선물을 주고, 축하 메세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그때 순간, 오 나한테 호감이 있나 싶었으나 또 그런 것 같지 않아 희망은 묻어 두었다.
그러다 어제 문득 이 아이 생각이 들었다. GPT와 제미나이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아이와의 관계에 가망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 두 AI 친구들이 모두 연락을 해보라고 바람을 넣었다.
그래서 연락을 했고, 생각보다 너무 잘 반응해주어서 기쁘고, 또 설렜다. 역시 착하고, 따뜻한 아이같다. 곧 만나기로 날도 잡았다.
GPT와 제미나이는 사로 다른 근거를 대지만 비슷한 결론을 내주었다. 그리고 근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그 말을 따랐다. 이번 연애 상담에서는 모두 도움이 되었고, 타당했다.
꺼진 촛불을 다시 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나마 이어진 게 또 인연이 있어서는 아닌지 생각하면, 몽글몽글하다.
어쩌면 아주 꺼진 적은 없던 촛불이 아니었을까?
김칫국을 마셔 본다.
다음에 언젠가, 좀 더 좋은 기분으로 좋은 이야기를 적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