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호르몬의 노예가 돼,,,

feat. 무지막지하게 잘생긴 뉴페이스의 등장

by 정좋아

이 글을 읽으며, 몇몇 분들은 놀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귀는’ 사이가 되기 전까지 동시에 여러명에 대해 알아보는 편이다. 다만 마음이 가는 사람이 확실히 생기면 빠르게 나머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런데 며칠전 아주 대조적인 경험을 해서 스스로도 놀랐다.


한 사람은 부모님 소개로 만난 분이다. 세번 내외로 만났고, 모난 데가 없으시고, 훌륭하신 분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매력을 정말 못 느끼겠다. 같이 있으면 부장님 모시고 밥 먹는 기분 마저 든다. 이성으로서 보다는 어렵고 예의만 잘 차려야 하는 대상으로 보인다.


외모가 그냥 푸근한 아저씨 느낌이긴한데, 또 다른 하나는 대화 주제나 말투, 그리고 사고 방식이 주요 원인인 것 같다.


내가 회사에서 외부 사람에게 부당한 언행을 당한 것에 대해 속이 상하고 힘들었다고 했을 때,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외부 사람, 아저씨들이 여자인 나에게 나의 50대 남자 팀장에게 가끔 둘이 소주에 삼겹살도 먹어 주고 하라고 했다. 나도 엄연히 정해진 역할과 전문성을 가지고 내 일을 하는 직장인인데, 나에게 불편하고 부당한 역할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나는 50대 팀장 아저씨를 접대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들이 말한 것은 모종의 접대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단순히 팀장님의 니즈와 비위에 맞춰 그런 술자리를 갖아야 한다면, 그건 소통과 식사가 아니다.


그런데 소개팅남이 그렇게 했을만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내 입장도 이해한다고. ‘뭐 그럴 수 있겠네요.’


나한테 관심이 있다면서, 내 고통에 공감하기보단 오래 묵은 여성을 부당하게 대하는 관습에 공감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금보니 사고 방식이 낡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말해도 되는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 이 주제는 그렇지 않음 영역이었다.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몇번 되짚었으나, 소용 없었고, 이건 내가 여자고 자기는 남자고, 여자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흠. 별로다. 여러모로. 같이 있는 내내 일 얘기를 지꾸 하고, 내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척하면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불편했다. 내가 주제를 돌리려고 창밖의 고양이 얘기를 하면, 고양이가 이야기를 방해하네요 창밖을 안 봐야겠어요 이런 식이다. 그러곤 눈치없이 다시 일 얘기를 이어간다.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었다.

같이 두시간 쯤 있고나서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너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같이 있으려 하는 그 사람에게 여러 이유를 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좀 쉬었다가, 한 오빠를 만나러 나갔다. 직전에 친구와 나간 미팅에서 만나게 된 오빠였다.


솔직히 나는 이 오빠가 나한테 관심을 가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연예인이 아닌데 이렇게 연예인처럼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본다.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아. 허허. 직업도 의사다. 집안도 좋다.


그런데 처음 본날 직접적으로 내가 마음에 든다고, 연락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바로 연락해 약속을 잡고 곧바로 다음날 만난 것이다.


만나서 한 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수다 떤 게 다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얼굴만 봐더 웃음이 나는데,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내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을 똑같이 얘기했더니 내가 느낀 불편함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먼저 표현해 냈다. 그렇게 두시간 반이 지나갔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고, 오히려 활기가 돋았다.


호르몬이란 게 무서은 것 같다.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나오는 호르몬이 내 마음과 생각, 몸을 지배하는 것 같다.


아직도 이 화려하게 잘생긴 오빠가 왜 나같은 사람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구는지 이해는 안된다. 그런데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오빠는 나에 대해서 내적인 부분을 집어 칭찬한다. 성격이나 화법, 지금까지 공부하고 일하며 일구어온 커리어.

(외모가 구려서 입에 안 담는 것이라고는 생각라지 않으려 노령 중이다. 할 칭찬이 그것밖에 없어서라고는 생각 안하려 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저 사람때문에, 자려고 누워도 갑자이 바보같이 심장이 두근대는데ㅎ

갑자기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사라져버리면, 내가 너무 괴로울 걸 같다. 공황이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누가 나를 좋다고 하든, 싫다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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