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부터 나를 지키자
또 연재날을 놓쳤다. 글을 써 보려했는데, 자판 위에서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우선, 나는 내가 그토록 대단하게 생각하는 아이돌처럼 생긴 의사 오빠와 사귀게 되었다. 행복했다. 첫 이틀은 미친 듯이 연락했고, 시간을 최대한 함께 보냈다. 이상했다. 왜 이런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마음을 가졌지? 같이 있을 수록 이 사람은 내게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삼일째 쯤부터 연락이 줄어들었다. 하루 카톡 양이 이전 이틀의 1/100도 전혀 안되게 줄었다. 텀도 네다섯시간.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또 뭘까.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아님 내가 뭔가 허물이나 추한 모습을 보였나. 아님 내 진짜 모습을 더 보게 된 게 싫었나.
바보같이 또 공황이 찾아왔다. 숨이 쉬기 힘들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냥 회사고 뭐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싶었다.
조퇴를 했고, 병원을 찾아 약을 급히 구해 먹고, 상담도 받았다. 다시 안정을 조금 찾았다. 그렇게 이틀을 견뎌냈고, 조퇴에 대한 해명과 이에 따른 (다이어트를 그만해라/일 하기 싫냐 등) 간섭과 질책이 살짝 있었지만 그 또한 견뎠다. 꿀꿀했다.
그러다 이제야 오빠의 변화 이유를 알았다. 아주 사적인 이유라서 여기에 적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민감한 일이고, 사적인, 조심스러운 일이라 오빠는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전해야 할지 며칠밤을 새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것들을 털어놓고, 오빠는 눈물을 터뜨렸다. 나랑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모순적이게도, 나에 대한 오빠의 진심을 느꼈다.
한편, 오빠는 그 다음날에도 처음과 같은 텐션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아프고, 당황스러웠고, 두려웠다.
내 하루도 망가졌다. 객관적으로는, 내가 막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내 문제라서 내가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리고 자꾸만, 결국 오빠가 이대로 떠나가는 게 아닐까 불안이 몰려왔다. 연락이 늦을 수록 심해졌다.
반나절 넘게 또 그런 우울과 불안 속에 하루를 보내며, 카페에서 처량하게 혼자 눈물을 지었다. 그러다 오늘 GPT와 나눈 대화와, 친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제일 소중해.”
사실 오빠가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지, 객관적으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오빠의 태도에 나까지 덩달아 크게 마음을 쓰게 되고, 자책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게 된 것 같다.
오빠의 텐션이 낮아서 더 그렇다. 혼자 밝은 척 하기도, 같이 낮게 반응하기도 어렵다.
카톡을 보내면 답도 느리다.
그러다 카페에서 눈물 짓다 떠오른 것이 있다.
“내 하루를 지키자.”
무엇을 해서든 내 하루를 지키자. 모든 걸 동원하자.
다 지나갈 것이다 결국.
상대의 감정과 텐션은 거기에 두고, 나는 나 대로 내 마음응 지키기로 했다. 더는 카톡을 기다리고, 상대의 텐션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거기에 맞추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