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짜리 연애의 종결

결코 가볍지 않았던.

by 정좋아

며칠 전 또 새벽에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마음은 무겁도, 욱신거린다. 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을 맞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전화가 와서는, 나보고 자기와 연락을 주고 받는 기간 중 한번이라도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거나 만남을 시도한 적이 있냐 물었다.


당황했다. 사귀기 전, 오빠랑 만난 첫 날 즈음에 부모님 소개로 만나서 밥을 먹은 사람이 있긴한데, 그분은 바로 정리를 했다. 그 사실을 알 리는 만무해 보였다.


그래서 없다고 했다.


내 말을 믿는다고 하다, 갑자기 믿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이냐 묻자 누군가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본인은 나를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했는지, 첫눈에 운명이라고 느끼고, 태어나 처음으로 첫눈에 한 여자와의 결혼을 어떻게 꿈 꾸게 되었는지 얘기를 했다.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슬퍼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내가 얼마나 진지한지, 얼마나 오빠를 좋아하는지 얘기해 주었다.


그때 오빠는 기분이 또 막 좋아져서 자신의 재산과 부모님의 재산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었다.


나도 얘기해주자, 설레여했다.


이미 새벽 여섯시였고, 곧 출근을 해야하니 이제 자겠다고 했다.


그게 오빠와의 마지막 톡이었다. 정확히는 마지막 교류이자 교감이었다. 그 순간에 나는 오빠와 더 가까워진 걸 느꼈고, 이런 시련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다.


하지만 두시간 뒤 일어나 연락을 했을 때부터, 오빠는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와도 전화도 안 받았고, 답도 오지 않았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 상담 선생님의 조엄을 구하고 만나기로한 동네 아무 카페나 들아가 앉았다.


카페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예쁜 아가씨가 왜 이 카페에 어쩌다 왔냐고. 코가 복이 많아 보이면서도 예쁜 코라고 신기하다고 했다. 울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연락도 안되고, 안 와요“


“아고. 곧 오겠지~”

하시더니 들을 정신도 없는데 자기 아들 자랑, 여자들이 잘난 남자 잡으려다 결혼 시기 놓치면 안된다는 얘기 등 각종 거북한 얘기들을 늘어 놓으셨다. 제대로 못 듣다가 한참 뒤에야 나는 죄송하다고, 지금 말씀을 더 들을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짜증이 났다. 이기적이야. 그러자 당황했는지, “그래 나도 할 일 있어~!”하시며 곤에 든 서류를 만지작대셨다. ‘진작에 그 일 하시지..’


내가 어디에서 기다리는지 톡으로 남기고 한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일어나서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노빠에 대한 걱정과, 이 상황에 대한 아쉬움, 실망감, 그리고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를 톡으로 남겼다.


사실 그는 이미 잠수라는 행동으로 헤어짐을 내게 선고(?)한 것이리라.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오빠의 진중함과 진심을 느꼈다. 사랑을 느꼈다. 진실되었었다.


아마도, 나에 대한 친구의 잘못된 말에 휘둘린 것 같다. 의심이 꽃을 피우고, 그 안에서 괴러움에 휘말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잠이 든 뒤, 밤에야 이상한 핑계를 댔고, 미안하다는 말 없이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슬픔에 빠진 채 공황약을 먹고 잠에 든 나는, 잠결에 더 슬픔을 느꼈고, 자다가 그 톡을 일고, 차라리 안심이 됐다. 아예 잠수 이별은 아니구나.


아침에 일어나 그 톡에 감정을 빼고, 담담히 대답했다. 좋았다는 것도, 실망했고 상처 받았다는 것도,

오빠가 괜찮으지면 좋겠다는 것도.

가감없이 전했다.


오빠가 좋았지만,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에 기반한 의심과, 그에 따른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감당하고 싶지 않다. 이미 몇년 전 그런 사람을 만나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해져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당일 약속 잠수는 처음이라, 너무나 충격이었고 가슴이 아팠다.


전날부터 입을 옷을 준비하고, 붓기를 뺀다고 요가를 하고, 러닝을 했다.


약속 당일에도 그랬고, 예쁘게 화장을 했다.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려고.


너무나 허무했고, 충격이어서 오히려 무감각했다. 어떤 감정에 빠지면 큰일날 것만 같은 본능때문일까.


이번 일음 나를 너무나 함부로 대한 것이다. 누구도 나를 이렇게 대해서는 안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끝이 났지만, 그 사람 생각은 참 많이 난다. 특히 잠이 들면 그 공허함, 가슴이 뚫린 듯한 아픔이 잠결에 나를 짓누른다. 짧은 시감이었지만. 많은 마음과 기대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럽다. 이번엔 진짜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도대체 왜? 나는 왜 도대체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난 재수가 왜 이렇게 없지?


사랑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난 안될 것만 같았다.


난 자꾸만 다시 혼자다. 또 혼자다.


인생은 다시 나 혼자다. 나 혼자서도 빛이 나야 한다. 빛이 잘 수 있다.

다시 혼자다.

혼자있어도 세상이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게도 사랑이 올까?


너무 서럽고, 슬프고, 절망스럽다.





이전 07화너무 좋아해서 헤어진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