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무력해지게
약속날 잠수 노쇼 후 너무 실망스러워 내가 이별을 통보하자 “그래 그만하자”며 노쇼에 대한 설명도 없던 그가 돌아왔다.
전날은 정신과 약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확인하니 믿기지 않게도 카톡이 그로부터 와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삼주만이었다.
별 내용 아니지만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카톡인 것 같았다. 감정적이지 않게, 무덤덤하게 대꾸했고, 만나자는 이야기 돌아왔다.
만나서 그는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 놓았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런 얘기를 듣고 있었다.
본인도 본론을 꺼내기애 겁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 두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러다 내가 결국 물었다. 그때 왜 그랬냐고.
그가 해명을 했다. 나에 대해 오해를 했고 화가 정말 정말 났었다고. 그 상태에서 정말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그래도 다 정말 미안하다고.
100%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인도 그걸 느낄 터였다.
그 사람이 뭐라 하든, 그 사람은 잘못했고, 어떤 말로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람이라 때로는 어떤 너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들 때, 알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할 때가 한번쯤 있다고.
그냥 그를 용서하고 싶었다.
솔직히, 그를 보고 얘기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사실 글로 쓰기도 부끄러운데… 외모가 너무 나에게는 매력적이라서 얼글을 보고만 있어도 사과도 받기 전에 웃음이 났고, 그런 내가 어이 없어 또 웃겼다.
그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했고, 사과 받았고, 다짐을 받았다. 그도 오래 고민하고, 후회하다 찾아온 거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삼주간 그를 버려내고 있었다. 며칠이나마 그는 나에 대해 오해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다시 담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나는 그간 그에 대해 세워온 부정적이지만 다소 사실에 기반한 근거들을 가지고 그를 좀 더 시험하며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 것이다.
아주 사랑에 빠지진 않았다. 경계하고, 조금씩 마음을 내어 주리라.
물론, 그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면 무력해지곤 하지만.
화이팅..!
하지만. 다시 나를 상처 받기 좋은 환경이나 기회에 스스로 내놓은 것은 아닌지, 내가 바보 짓을 하는 것인지 겁이 난다. 그건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나를 붙잡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 그가 설령 다시 나를 떠난다 해도, 난 무너지지 않으리라. 전에도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시 나를 되찾은 것처럼, 이번엔 좀 더 빠르게 나를 찾고, 나를 지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