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정도?
나는 목표가 생기면 멈추지 않는 에너자이저이다. 에너지가 넘쳐서라기보단, 목표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그때에 가만히 있기엔 너무 초조해진다. 그래도 뭐. 그만큼 에너지가 있으니 초조함이든 뭐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그래서 연인을 찾기 위해 부던히 최근 몇년간 노력했다. 소개팅앱으로 심하면 주 5명을 만난 적도 있다. 점심-카페-저녁 이렇게 1일 3번 소개팅한 적도.
그래도 마음에 드는, 혹은 마음에 맞는 사람 찾기는 어려웠다.
최근에는 좀 지쳤다. 그리고 상담 원장님이 한달 정도만 전략을 바꿔 보자고, 가만히 있기를 전략으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 말을 이전에 들었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거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왜인지 그 말을 따르고 싶었다. 나를 좀 덜 부추기고, 덜 내세우고, 좀 우아하게 있으면 벌들이 꽃의 향을 맡고 오듯이 나를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인연이 바로 짠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달은,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연애 감정의 잔재들이 계속 남아 속을 어지럽히는 사이에 이런 저런 일이 생겼는데, 그런 것들을 좀 정리하고 싶다.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다. 그럴 수록 더 향을 뿜는 꽃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사실.
헤어져서 마움이 상쾌하고 홀가분해지게 만들어준 전남친에 대한 마음? 생각?이 아직 100% 정리가 안된다. 그걸 다른 남성으로 채우려고 하면 그것도 또 피곤하고, 내게, 그에게 좋지 않은 일이리라. 오히려 감정의 역동이 일어 더 그가 생각 나게 되기도 한다.
한달의 목표는, 혼자 더 잘 지내는 사람이 되고, 더 탄탄해지는 것이다. 곧 혼자 여행도 떠난다.
하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최소한,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다고 생각되는 그 전남친에게 다시 연락이 올까봐 걱정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만약에 연락이 오면 얼굴도 보지 않고 끊어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먼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보고 싶긴 하니까.
연락이 안 올 수도 있으나 이런 걱정은 필요가 없긴 하다만, 상담 원장님과 약속했다. 나에게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 그런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같이 결정하기로.
그 전까지 나는 걱정하지도, 결정하지도, 기다리지도 않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인 것 같다. 나는 이전부터 나르시시스트 남자친구에게 약했다.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머리로는 도망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돌아가고, 떠나지 못했다.
사실 이번엔 몇년 전 비슷한 남자친구를 만날 때에 비해 훨씬 잘 끊어냈고, 주도권을 잡고 대처했다. 그것에 대해서 스스로 매우 단단해지고, 건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대견하다.
내일의 일은 일단 내일 생각하고. 당분간은 나 하나 잘 챙기기로.
나는 곧 혼자 발리로 떠난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