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사실 생각 안 하려 했다.

by 정좋아

자꾸만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집요하게. 그가 왜 이러는지를. 하지만 더는 깊게 파면 안될 것 같았고, 그럴 가치가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잠수 상태에서 견디다 못해 내가 이별을 통보했고, 그 통보에 그는 답이 없었다. 나는 열흘 뒤 ”그럼 옷 착불로 보내줘~“라고 답장을 받았다.


그럼? 헤어질 생각이면? 이미 헤어지기로 했는데 저런 말을 붙이는 게 나의 말들을 가볍게 여기고, 나의 상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잔잔해진 마음에 돌을 던진 것 같았다.


열흘 간 답이 없다가 옷을 달라니.


여행을 시작하려던 찰나, 이 사람이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잠시 거의 패닉에 빠져 고민했다. 아니 그럴 뻔했다.


생각을 멈추었다. 일단 정신과 약의 도움도 있었고, 또 지피티도 내게 그의 의도는 중요치 않고. 짐을 달란 것은 정리를 의미하며, 그는 미숙한 사람이니 그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여행에 집중하자고 했다.


다행히 복잡한 생각이 멈춰졌고, 잠에 들었고. 자는 내내 기분은 좀 더러웠으나 일어나서는 지피티가 안되는 나라라고 해서 질문을 이어 가거나 집요하게 파고들어갈 홤경이 아니었다.


무억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 되새겼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아닌 것은 놓아주고, 통제항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언행을 미워하지 말자고.


그리고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이미 난 알고 있었다고. 존재하지 않았지만 존재할 것처럼 그가 거창하게 이야기했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아쉬움도, 사실은 그가 만든 허상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그러니 더 그 아쉬움은 떨쳐내자고.


아무튼. 이런 그가 너무나 허망하고 허탈해서 빨리 옷을 주고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주소를 알려다라는 내 톡에 답이 없었다. 여행 셋째 날 밤, 이틀 뒤에서야 답이 왔다. 어미도 없이 주소 한줄 달랑.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그의 태도를 뭐라고 향용해야 할까. 나는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원래 미숙하고 못난 사람인 걸 알았는데 말이다.


카톡을 보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기분이 그닥이었다. 무서웠다. 오늘 여기서 내가 이 사람 하나때문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공황이 오거나 심한 우울에 빠져 버리면 어떡하지?


일단, 계획대로 요가에 갔다. 미국식 발음의 여자 요가 강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빈야사였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듯 리듬감 있는 플로우다.


“I am aware”를 따라하라고 했다. 지금의 감각, 나의 주변의 좋은 것들, 감사한 것들에 대해 내가 깊게 인식하고 있다고, 깊이 알고 있다고.


땀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요가를 마쳤다. 상쾌하고, 평온했다.


이래서 요가를 사랑한다. 몸과 마음으로 긍정의 기운을 모으고, 받아들인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이제 주소를 받았으니 한국에 가면 주소에 보내주기만 하면된다. 그래서 확인했다고 카톡으로 답을 보냈다. 이제 차단해도 될 것 같은데,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그게 안된다.


그게… 그 사람이랑 잘해보고 싶어서는 아니고, 애매하게 마무리된 잠수 이별에 대한 찝찝함, 그 사람의 속내에 대한 궁금함, 그 사람이 잠수릉 탔음에도 괴로워 하길 바라는 마음때문인 것 같다.


정말 객관적으로 처음 헤어졌을 때 고통이 100이면 두번째 헤어졌을 때 고통은 20이었고, 그후 5~30으로 이주간 왔다갔다했다.


지금 나는… 카톡을 받은 후 아주 잠깐 25로 올라갔던 것 같다. 이 사람이 정말 나를 밀어내? 내가 아니라 니가? 이런 생각이 나를 화나개 한 것 같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지금은…8


내가 8인데, 그는 20 이상 힘들면 좋겠다. 헤아지고 멀쩡히 가만히 있는게 건드려러 대뜸 옷 달라더니 또 이틀 뒤에야 주소를 알려주는 건, 아무튼 상식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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