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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Sep 23. 2022

커피의 도시, 치앙마이

동생이 아메리카노를 왜 마시냐고 묻는다

현대인의 필수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나의 필수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


내게 아메리카노가 필수 음료가 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나.  얘기를 하자면 내가  알바를 시작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수능이 끝난  친구와 같이 시작한 카페 알바 말이다. 같은  친구가 일하고 있던 마창대교 근처의 카페, 난생처음 해보는 알바가 겁이 났던 나는 친구와 함께하면  무섭고 재밌지 않을까 싶어 친구가 일하던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게다가 카페 알바라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멋있어 보였는데 나도 그중에 하나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바리스타는 무슨.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카페긴 한데,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하는 2층짜리 카페.  말인즉슨. 여유롭게 커피를 만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2층을 오르내리며 음식 서빙을 하기 바쁘단 소리다. 그렇게 나와 친구는 주말마다 열두 시간씩 카페를 오르내리며 음식을 서빙하기 바빴는데, 그런 우리를 구원해주던 것이 아메리카노였다.


카페의 음료는 죄다 비쌌던 탓에, 사장님의 눈치를 보는 운명의 알바생인 우리는, 카페에서 제일  아메리카노 먹을 수밖에 없었다. 비싼 음료를 먹지  하는 억울한 마음 때문인지, 목이 말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우리는 가장  아메리카노를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마냥 하루에도  번씩 마셔댔다. 어른이라면 아메리카노는 먹어줘야 한다며,   마시니 잠이 깬다며, 잔뜩 허세를 부리던 우리였지만, 아직 커피 맛을 알기엔 어린 나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메리카노  잔에 시럽을  번씩 넣어댔으니 말이다.


술도 마시면 는다는데, 커피도 마실수록 느는 걸까. 시럽 번이나 들어가던 아메리카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럽이 0 쓰디  아메리카노가 되어갔다. 카페에서 일한 날들이 6개월을 넘어갈 무렵, 그리고 잠을 깨우기엔 달달한 커피가 아니라 쓰디쓴 아메리카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진정한 아메리카노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정한 아메리카노를 먹을  있게  나는, 아메리카노와  일상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1교시 수업을  때도, 친구와 감성카페를  때도.  손에는 달달한 음료 대신,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그렇게 아메리카노는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커피가 일상인 도시에  있다. 치앙마이. 커피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  명성에 걸맞게 거리 곳곳에는 카페가 넘쳐난다. 나의 일상과  도시의 일상이 하나 되는 순간.  만난 기가 되어, 하루에  번은 카페를 갔다. 아니    때도 있었다. 카페에서 주문하는 것은  아메리카노였고 (가끔은 특색 있는 음료를 먹기도 했지만  마저도 커피 종류였다.)


그리고 서영이는 고등학생 때의 나처럼,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았다.     주고  먹냐는, 아메리카노를  먹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대며, 아이스 초코 같은 달달한 음료만을 주문했다.  입만 맛보라며 아메리카노를 내밀면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입가심으로 제격이라고 말하니, 입가심하고 싶으면 양치를 하면 된단다. 맞는 말인데,   맞기 좋은 말이다.


서영이의 완강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영이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게  만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뒤져보니, 근처에서 커피 클래스가 있다! 은근슬쩍 서영이에게 물어보니, “, 그래 언니가 하고 싶으면 하자. 언니가 데리고  준거잖아니가 은혜를 알긴 하는 구나. 고맙다 서영아. 근데 맛보면 너도 아메리카노가 좋아지게 될걸?


그렇게 호기롭게 가게  커피 수업. 다양한 원두를 보여주고. 냄새를 맛보고, 핸드드립의 방식으로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마시게  아메리카노만 다섯 종류. 향도  다르고 맛도 조금씩 다른데,  옆에 있는  고등학생은 얼굴만 찡그리고 있다. 언니 머리가 어지러워.  마시겠어.

우리가 맛 본 원두들

찡그리는 표정을 보니, 알바를 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내가 생각난다. 하긴 그래, 나도 시럽을  번씩 넣어대며 마셨었는데. 시럽을  넣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는데, 고작 치앙마이에 며칠 있는다고 서영이가 커피의 맛을 알게   만무하다.


그래 치앙마이에서 향긋한 커피는 나만 즐길게. 근데  대학교 가는 순간부터 커피 없이  살게  거야. 그때 다시 치앙마이에 오자 할걸?


(실제로 서영이는 대학교 입학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부터 아메리카노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마다 아메리카노를 달고 삽니다. 제가 먹던 이유처럼 잠을 깨기 위해서 먹고 있지만, 게다가 그때의 저처럼 시럽이 들어가긴 했지만 차차 커피의 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알게 된다면 다시 오자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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