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 가장 세계적인 것

by 난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90년대에도 종종 들었던 말이지만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한글이 세계 으뜸 문자라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쓰이는 문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김치 역시 세계인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게다가 우리의 전통 의상 한복은, 우리도 거의 입지 않지 않은가!


특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에서, 세계와의 격차는 더 크게 느껴졌다. 우리가 즐겨 듣는 가요, 우리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우리만 듣고 즐기는 듯 보였고, 한국영화 역시 해외에서 흥행했다는 소식을 접하기 힘들었다.


예외적으로 1999년에 개봉한 한국의 기념비적인 영화, ‘쉬리’의 경우 해외 수출이 상당했지만,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한정되었고, 한국 매출과 비교한다면 아주 크다고 할 수 없었다.


영화는 할리우드 미국 영화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빌보드 차트 역시 미국과 영미권 가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시아로 한정해도, 우리보다 일본 문화의 파급력이 훨씬 컸고, 영화는 홍콩 영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한류 열풍이 본격화되더니, 인터넷과 OTT가 보편화된 지금, 거짓말처럼 우리의 콘텐츠가 곧 세계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대표적인 OTT 업체 넷플릭스의 역대 흥행 기록을 우리나라 드라마가 갈아치우고,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에 우리나라 영화가 수상하고, 빌보드 메인 차트 1,2위를 우리나라 가수가 차지한 것이다. 특히,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은 한국어의 가사가 통했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적인 추억의 놀이를 소재로 쓴 것이 통했다.


또한, 나를 포함한 90년대 청소년이 일본 만화에 길들여졌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웹툰이 한국 만화 시장을 주도하고 세계인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한국 기업 삼성을 필두로,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나라 핸드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일구어낸 결과일 것이다. 세계와 격차가 상당했던 과거부터 꾸준히 콘텐츠와 제품을 만들어내며 갖가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결과, 세계가 부쩍 가까워진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누리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나도 꿈을 크게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쓴 대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가, 한국을 너머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써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묵묵히 글을 쓰며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작가의 소양을 쌓으려 한다. 적어도 지금의 K-문화, K-콘텐츠의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가장 한국적인 것, 그리고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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