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와 카카오톡

by 난티

“저.. 한영이 친구인데요, 한영이 있나요?”


핸드폰이 없었던 90년대 학창 시절, 친구에게 연락하는 방법은 집으로 전화하는 것뿐이었다. 친구만이 아니라, 음식 배달, 보고 싶은 비디오나 만화책 문의는 모두 전화로 해결하였다.


난 전화 울렁증 아닌 울렁증이 있었지만, 전화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대신 울렁증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화를 하기 전에 멘트를 정리해서 간단히 시뮬레이션을 했다. 중국집에 전화하기 전에, ‘지금 배달되죠? 짜장면 두 개만 시킬 게요. 여기가 xx아파트 503동..’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시뮬레이션 연습을 한 것이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하기 전에, 주요 멘트를 머릿속으로 먼저 그려보곤 한다. 실제 상황은 시뮬레이션과 같지는 않아서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말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확실히 90년대보다 전화가 필요한 일이 적어졌다. 전화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으로 대체할 수 있고, 음식 배달이나 기타 업무 역시 전화가 아닌 핸드폰을 두드리며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전화처럼 카카오톡과 문자의 울렁증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주 쉽지만은 않다. 특별한 고민 없이 쉽게 문자를 보낼 때도 있지만, 어떤 텍스트를 보내야 오해가 없고 명확할지, 이모티콘은 얼마나 곁들여야 할지, 맞춤법은 어느 정도 지켜야 할지 등등을 고민하며 신중을 기할 때도 많다.


분명,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전화가 어렵고 문자도 신중한. 특히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지금의 어린 세대는, 문자나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서 전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한 분들께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내 방법, 간단한 시뮬레이션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비단 전화만이 아닌,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발표 등에도 시뮬레이션은 아주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화보다 더 떨리는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고 또 한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면접이나 발표를 시작할 수 있다.


쉼 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준비했던 말을 뱉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전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시뮬레이션에 없던 돌발 상황이나, 돌발 질문이 나온다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당황할 수 있다. 알고 있는 것도 생각나지 않고, 실언을 할 수 있는 최악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쉼 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그러다 보면, 알고 있던 것이 문득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긴장해서 그런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네요.. 괜찮으시면 나중에 메일이나 문서로.. 아! 생각났어요.”

keyword
이전 09화자판기 커피와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