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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로드 Sep 04. 2023

나는 왜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는가?

2016년도부터였던 것 같다.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오는데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부어오름이었다. 피부과 갔더니 지루성피부염을 동반한 여드름이라 진단 내려졌고, 피부관리 10회를 받으라고 하더라. 피부관리 케어는 한 번 받는 데 거의 10만 원 돈이라 부담되었다. 랫동안 여드름으로 고생한 나는 그 피부관리가 받 때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한두 번 받고 나름 다른 방식을 찾았다. 여드름은 사춘기 때부터 달고 살았기에 그냥 만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 후 6개월, 오랜만에 본 가족들이 놀랄 정도로 심각한 피부 상태가 되었다. 결국 종합병원에 가기로 했다.

 

종합병원 피부과에서 피검사를 통해 류머티즘내과로 보내지게 되었고, 듣도 보도 못한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왜 동네 피부과에서는 여드름이라는 말만 늘어놓고 종합병원 권유 조차 하지 않았을까?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종합병원에서도 그렇게 진단 내린 게 잘 찾아낸 것이라 한다.


처음에는 의사의 처방을 따라 면역억제제를 잘 챙겨 먹었다. 한 달에 한 혹은 두 달에 한 번 방문하며 피검사를 하고, 일주일 뒤에 의사를 만나 수치를 보고 약을 처방해 주는 패턴이 지속된다. 한 6개월 정도 후에 의사가 하는 말,



"루푸스약은 평생 먹어야 해요"


30대 중반의 여자가 마치 노인 성인병을 달고 살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약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음공부와 명상에 관심이 있던 터라 알고리즘에 이끌려 틸스완의 영상을 만났다. 만성질환이 수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메시지, 사람의 몸 안에 감정체를 치유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들을 주의 깊게 보았다. 영어로 된 그녀의 책을 번역기를 돌려가며 읽었다. 유튜브 덕분에 자연주의 치료를 전하는 의사들의 견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채식이 좋다길래 시도해 보았다. 더불어 단호하게 약을 끊었다. 현대의학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확신으로 내 나름대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 시작했다. 건강약초가루를 사서 먹는 등 노력을 했지만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내 내면과 마주하고,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애써 떠올리고 명상을 하면서 그 아이에게 다가가 주는 연습이 이어졌다. 그동안 감정을 얼마나 억눌러 왔던지 애써 정을 느껴주었을 때,  번씩 크게 쏟아지는 눈물을 받아내는 시간을 가져야 했고, 또 명상을 하며 그 아이를 사랑하는 시간반복다.


몇 번의 명상 만으로 몸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삶의 패턴이 변하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과거동안 살아온 부정적인 삶의 에너지가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를 가스라이팅 하던 상대를 애써 끊어내고, 인내하며 명상을 하며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 쌓이면서 내 삶이 나를 응원하는 느낌을 분명히 받을 수 있었다. 나의 모든 부족한 모습을 스스로 안아주니, 나를 순전하게 사랑해 주는 남자친구도 생겼고, 안정적 애착유형의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건 심리적으로 큰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었던 것 같다. 이미 그때는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강해졌을 때라 혼자서라도 살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불안정 애착유형의 사람에게는 눈을 마주칠 대상이 있고 없고, 스킨십을 나눌 대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 것 같다.


그의 제안에 한 달 동안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혹시나 긴급 상황에 한 달치 약을 챙겨갔다. 의사도 너무 장기간의 여행이라며 걱정했다. 여행 첫날 한 번 정도 약을 먹었는데, 그 뒤로 컨디션이 좋아서 먹지 않았다. 그리고 30일 뒤 나는 28알 정도의 약을 그대로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말은,


거기 공기 좋은 가요?
수치가 너무 좋아졌어요.

그 이후로 약은 그냥 내 몸이 긴급하다고 여겨질 때만 한번씩 먹었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지 않고, 내 멋대로.


1년 전에는 산정특례가 해지가 되었다. 한 2년간 병원을 가지 않고도 괜찮았더니 알아서 해지가 된 것이다. 다시 검사를 했을 때도 수치는 정상이었다. 얼마 전에는 난소나이 46세(실제 나이 41세)의 나이로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임신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며 다시 병원에 찾았을 때에도 수치는 정상이었다. 단지 병원을 가느라 좀 무리하거나 약간 심리적인 압박이 있 피부가려움이 심해져 병원 간 당일 날, 약 한 알 만 먹었다.


현대의학에서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게 스트스가 원인이란다. 그렇다면 약에만 의지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대의학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면 무의식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무의식, 마음공부 스승들은 말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여겨 그 수치심이 자기학대로 변하여 스스로를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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