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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로드 Sep 05. 2023

의사에 대처하는 법


약은 평생 먹어야 해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발견된 것이 없어요.
약 잘 드셔야 돼요. 큰일 나요.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랐지만, 처음에만 조금 나아질 뿐 증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피부 발진에 가려움, 탈모, 관절염까지. 인터넷의 자료들을 보면 다른 장기까지 공격해 결국 입원치료까지 하며 겪는 무서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의사의 처방약인 면역억제제를 먹고 증상이 개선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10년 전에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당시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사례도 생각났다. 정신과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사례였다. 그 외에도 병원에서 답을 못 찾아 자연치유나 다른 방식을 선택한 사례는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의학을 맹신하는 의사들은 처방약을 잘 먹지 않는 환자들을 어린아이의 위험한 행동처럼 보기도 한다. 안산으로 이사 오면서 SKY계열의 대학병원으로 옮겼을 때, 의사는 이전보다 약을 두 배나 되는 용량으로 처방해 주었다. 나는 전처럼 대충 하루 정도만 먹고 다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전보다 좋아졌네요."

"아 그래요? 이번에 약 잘 안 챙겨 먹었었는데..."

"네? 약을 안 먹었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피검사 한번 더 해야겠어요."

그러고는 피검사를 두 번이나 더 했다. 주삿바늘을 싫어하는 나는 두 번이나 찔리며 견디다가 학을 띄고는 다음 예약을 취소해 버렸다.


이전 병원에서 의사는 내가 약을 잘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 "왜 안 드시지..? 잘 드셔야 하는데.. 부작용 별로 없어요." 정도였다. 그런데 이사하고 새로 온 안 K대학병원 의사의 모습은 거만해 보일 뿐이었다. 단지 본인이 공부한 현대의학과 다르다는 이유로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은 관심 없고 머리만 쓰는 의사아저씨.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몸 관리 또는 마음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상태는 약을 복용하는 것과 상관없이 개선되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당시 나름대로 명상하면서 상태가 좋아졌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피검사를 하는 이유는 나도 마음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 내 상태를 보고 싶기 때문이었지 의사의 처방을 무조건 따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의사의 말은 적당히 흘려들으면 된다고 여겼다. 내 몸은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의사는 잘라버리면 된다.  난 거리가 있지만 차를 타고 좀 더 먼 거리의 병원으로 다니기로 했다.


하지만 환자를 걱정해 주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분들 입장에서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대충 얼버무리며 잘 먹고 있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늘 중심의 자리에는 나를 견고히 세워두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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