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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ist Oct 12. 2024

FREE HUG?
HUG FIRST!

레터리스트의 시시콜콜 이야기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좀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요.

울적하고 지치고 가라앉고 만사가 그저 귀찮은 그런 순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쉽지 않은 시간에 우린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가 나 좀 안아주면 좋겠다..



하지만 점점 각박해지고 차가워져만 가는 살벌한 세상.

지친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채고 먼저 내게 두 팔 벌려 품을 내어주는 이는 보통 잘 없기 마련입니다. 


온기가 그립긴 한데 날 안아주는 이는 없고..

누군가의 품을 느끼고 싶다는 내 작은 바람은 그렇게 점점 옅어지고 우린 결국 어거지로 힘을 내야만 하죠.


엽떡(혹은 마라탕 혹은 아주 단 거) 으로 풀고 힘내자! 

오늘 그냥 소주 한 잔(인 경우는 절대 없음. 보통 최소 2병 시작) 마시고 다 잊자! 아자아자!


힘든데 딱히 안아주는 이가 없으니 짜릿한 도파민 맛 혹은 알콜맛에 기대며 그렇게 어거지로 말입니다.


하지만 어거지는 어거지일 뿐, 조금 시간 지나면 마음은 다시 마음대로 울적해지고 (아니 어쩌면 그 울적함은 애초에 풀린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파민 뽑아내는 자극적인 음식과 알콜을 받아내느라 쓰려진 속이 이제 덤으로 더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지겠죠.


:(


하지만 여러분,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꼭 누군가가 내게 먼저 두 팔 벌려 날 안아줘야만, 그래야만 내가 누군가의 따스한 품을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어쩌면 혹시 다른 방법이 있진 않을까요?


:)


여러분,

누군가의 따스함이 그립다면, 누가 나를 좀 안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렇다면 먼저 조금만 용기를 내세요.


조금만 용기 내서 여러분이 먼저 누군가에게 두 팔 벌려 여러분의 품을 내어주세요.

그렇게 여러분 곁의 누군가를 여러분이 먼저 안아주세요.


보통 '안아주다'라 표현하기에 우린 종종 은연중에 착각을 합니다.

이 행동이 명확하게 '해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는 행동이라는 착각을 말이죠.


하지만 안는다는 건 그렇게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죠.

안는다는 건 누구는 주고 누구는 받는 그런 게 아니라, 두 사람이 그저 함께 나누는 그런 행동입니다.


내가 먼저 두 팔 벌려 누군가를 꼬옥 안아준다면 나 역시 그 누군가의 품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법이죠.


세상 그 누구도 저 혼자서 안을 수는 없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누군가를 안아주면서 그 사람의 온기를 못 느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온기가 그립고 품이 절실하다면, 그렇다면 먼저 품을 내어주세요.


당신이 안으면, 당신도 안기게 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ps.

아, 혹시 '갑자기 주변 누구를 어떻게 냅다 안아줘..'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굳이 사족을 붙입니다.


안는다는 게 꼭 진짜 내 몸뚱이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말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지요.


그러니 처음엔 가볍게 말로 안아줘 보세요.


잘 지내지? 별일 없어? 요즘 어때? 괜찮아? 건강하지?

아니 그냥 네 생각나서 연락해 봤어


이렇게 말입니다 :)




+) 덧붙이는 이야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FREE HUG 운동이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프리허그는 2004년, 호주 시드니에서 Juan Mann이라는 한 청년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위 사진에서 카키색 셔츠를 입고 있는 청년이죠)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 운동이 유명해진 건 2006년의 일이었죠.

호주의 Sick Puppies라는 한 밴드가 Juan Mann의 프리허그 활동을 촬영해서 이를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는데 이 영상이 아주 큰 인기를 끌었거든요.


유튜브에 Free Hug Campaign 이라고 검색하면 조회수 7800만회짜리 영상이 하나 나올 텐데요.

오래된 영상인지라 화질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한번 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보시고, 누구든 꼭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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