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영업

by 이기한

영업을 잘하고 뛰어나니까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지난 이십여 년간 영업을 하면서 정말 돈을 많이 벌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데, 아니다. 그저 월급쟁이일 뿐이다. 고맙게도 부산에서 올라온 촌놈이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낼 만큼 벌었고, 서울에서 내 집을 장만할 정도면 많이 벌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나 또한 일반 샐러리맨과 똑같이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다. 그렇게 많은 차를 팔아도, 한 대를 파나 백 대를 파나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 솔직히 개인영업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것 또한 ‘만약’이라는 가정일 뿐이다.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을까. 사실 특판팀에서 근무했기에 더 열심히, 더 정직하게 영업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개인영업을 비하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쉽게 만족하다 보면 쉽게 안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안 짧게는 1년에서 십수 년간 관리했던 업체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 업체와의 관계는 돈을 목적으로 살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 회사의 사원이 팀장이 되고, 팀장이 임원이 될 때까지 내가 계속 그 업체 담당으로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내게 커다란 영광이기도 하고 내 영업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는 거울과도 같다. 지갑은 오직 감동한 사람만 다시 연다는 말이 있다. 내가 파는 상품이나 하는 말이나 이미지 모두 그것을 사는 사람을 감동시킬 때만 다시 나를 찾는 것이다. 영업을 하면서 어떤 마음 자세로 임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를 다시 찾게 만들고,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감동을 만드는 것이 영업의 진정한 최고 경지가 아닐까. 그 순간에 돈은 따라오는 것이다. 돌아가신 장모님께서 항상 “돈을 좇지 말고 사람을 만들고 움직이는 일을 좇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의미가 바로 이런 뜻이었다.

사실 영업을 해 오는 긴 세월 동안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로 영업 현장을 떠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명성과 지위가 오르면 초심을 잊고 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누가 이 진실에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냐마는 최소한 한 번은 자신의 진심과 열정만 믿고 달려 보길 권한다. 그럼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평생 자신의 인생 습관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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