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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거운 게 뭐야?

by 즐겁고도이상한 Mar 13. 2025

유아들의 통과의례처럼(?) 너도 자연스레 그 유명한 티니핑에 빠져 있던 어느 날이었어.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겠다고 회유하며 타기 싫어하는 카시트에 앉히고 나자 하츄핑 노래를 틀어달라는 거야. 함께 <사랑의 하츄핑> 영화를 볼 때도 좋은 음악이라 생각했었고, 유명 걸그룹의 멤버가 OST를 부르기도 해서 유명해진 바로 그 노래였어. 정확한 제목은 <처음 본 순간>이었지.


책도 마음에 들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던 것처럼 너는 차에서 듣는 노랫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노래를 계속 틀어달라고 하는 거야.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네가 "엄마, 가슴이 뜨거운 게 뭐야?" 했어. 사람과 티니핑 사이의 순수한 우정을 그린 영화의 내용처럼 짝꿍이 될 티니핑인 하츄핑을 보고 '가슴이 너무 뜨겁다'고 표현한 가사가 들렸나봐.


이런 말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고 놀라워서 잠시 동안이었지만 나는 말을 잇지 못했어. 그리고는 바로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 할까 무척 고민이 되었어. 너에게 '가슴이 뜨겁다'는 말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순간인 거잖아. 혹시라도 잘못 전달을 하게 될까 두렵기도 한데, 답변을 기다리는 투명하고 맑은 네 눈은 순수 그 자체여서 설레면서 동시에 떨리기까지 하더라! 그때 내 머릿속에 어린이집에 너를 데리러 가면 항상 두 팔을 벌리고 뛰어 나오는 네 모습이 떠올랐어. 그래서 나는 "어린이집에서 엄마랑 아빠가 데릴러 왔다는 소리를 듣고 엄마 아빠를 만나러 나올 때 마음이 어때?" 하고 물었어. 그러자 너의 대답이 정말 대단했어.


"가슴이 뜨겁지!"


역시나 너는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어. '행복해', '좋아', '보고 싶었어' 같은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곧바로 질문의 의도를 알고 '가슴이 뜨겁다'고 말해 버리는거지. 앞에서 운전하던 아빠도 환호성을 질렀고, 나도 너의 그 대답에 감탄을 하며 너를 꼭 안아주었어. 그리고 일부러 더 호들갑을 떨며, "맞았어~ 바로 그게 가슴이 뜨거운 거야~" 하며 한참을 너와 깔깔댔어.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발언이 점점 늘어가는 너와 함께 할 날들이 점점 더 기대가 돼(좋은 의미로 무섭기도 하고 말이지!). 너는 생각만 해도 언제나 '가슴이 뜨거운' 존재야. 사랑해, 내 아이.

안나와 함께 티니핑 노래 듣는 너.안나와 함께 티니핑 노래 듣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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