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re '엄마의 유산' - 3번째 편지
별, 달, 해, 바람, 구름, 비, 산, 동식물, 우주 등. 자연이 있는 곳에 네 시야가 머물기를 바란다. 살면서 널 어지럽게 한 것들을 자연이 평안하게 도와줄거야. 게다가 더 큰 선물도 준단다. 바로 진리로 널 데려간다는 거야.
학문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는 삶을 살아가기는 꽤나 어려워. 아니, 어쩌면 불가능해. 지식은 말 그대로 지식일 뿐이야. 그냥 덩어리지. 과거로 지나가 버리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는,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일시적이고도 기본적인 도구야. 그 도구 하나 가지고서 난해하고 복잡한 삶을 잘 살아갈 수는 없어. 삶은 산수가 아니라 변수도, 미지수도, 함수도 있는 응용이 가득한 수학같은 것이거든.
만약 지식으로 세상에서 누가누가 잘사나 내기한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잘 산다는 결론이 나겠지? 지식으로, 기술로 숙련된 일류대학을 나온 자들이 정말 잘 살겠지? 물론, 지식이 많으면 잘 살 확률은 높일 수 있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잖아? 지식은 필요한 도구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며 지식이상의 상위지식이 보태지지 않으면 지적허영이나 부리는 자만한 자로 널 전락시킬 수 있어.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도구는 지식이상의 ‘지혜’야. 삶은 지식만으로는 위험한 곳이야. 하지만 삶의 난해한 엉킨 것들에 있어 지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혜를 알려주는 유일한 스승이 자연이야. 탁 트인 풍경 앞에 널 세워봐. 혼탁해진 네 시야가 맑아지면서 솔솔 부는 바람은 네 정신의 오물들을 털어주고 일렬로 바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는 너의 나태함을 반성케 하고 기가막히게 집을 짓는 벌들을 보며 연합과 협력의 디테일한 짜임새로 이뤄진 삶의 질서를 알게 해주지. 똑똑 떨어지는 물한방울에서 꾸준함이 갖는 강력한 힘도 배우고 돌틈 사이에 이쁘게 핀 들꽃을 보며 강함과 약함의 조화를 감지하고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걷히면서 너의 영혼의 소리도 듣게 해주지.
사람이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다가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그런 경우가 바로 영혼의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은 항상 네가 끙끙 앓던 문제를 통해 '진정한 앎'의 세계, 즉 진리의 길로 너를 안내할거야. 오성의 결핍은 어리석음[1]이야. 자연에게서 너의 오성은 충분히 자극받게 될 것이기에 자연에 감사히 순종한다면 넌 결코 우둔한 사람이 되지 않아. 자연은 자신의 곁에 가까이 오는 모든 이의 오성을 열어주거든.
어지러운, 난해한,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진통이 지속되는 것이 삶의 본성이야. 하지만 늘 말했듯이 사람은 반드시 어떠한 사태를 통해 강해지지. 신은 겁쟁이를 통해서는 자신의 어떤 일도 시도하지 않는다[2]잖아. 겁쟁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건드리지 않아. 정신은 고통과 수난을 인내함으로써 마침내 그것들을 얕보게 되는[3] 새로운 정신을 얻게 되는데 말야. 자연은 이렇게 널 강인하게 키우기 위해 부정적인 사태를 네 인생에 등장시켜. 그것이 자연의 의도야. 거대한 선물이지. 이렇게 삶은 불쾌이면에 해결의 통쾌, 정화의 유쾌, 그리고 극복의 상쾌를 선물하면서 이 모든 쾌(快)들이 얼마나 삶을 '살만한' 것인지 알게 하는 배움과 재미의 연속이야.
자연은 자기 자체를 통째로 네게 무한정 제공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니 항상 자연으로 시야를 넓혀 네게 포착된 모든 것들을 외면하지 말고 담고 느끼고 깨달으렴. 네가 눈으로 보는 시야가 전경이라면, 자연은 네게 전경 뒤에 숨은 배경을 일깨워 줄거야. 이면, 즉 본질을 보려 하고 알아가고 깨닫기 위해 항상 자연을 찾아 도움을 구하고 따르는 지혜로운 자가 되길 바란다.
아직 젊은 너에게 '사람'에 대해 거론한다는 것은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괜한 편견으로 너의 경험에 제약을 줄 수도 있으니 말야. 그래도 살면서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일테고 너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도 사람일 것이니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람은 사람을 피곤하게도 행복하게도 하지. 누군가는 사람때문에 살고 누군가는 사람때문에 죽지. 사람은 이렇게 네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싫든 좋든 너에게로 인연이 되어 오는 모든 이들을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여겨봐. 큰 시련은 너를 강하게 하기 위한 자연의 의도라고 했지? 그 시련 속엔 여러 엉킨 사람들과의 관계도 포함되어 있겠지? 그러니 네 인생에 등장한 모든 악연도 호연도 다 자연의 선물인 것이지. 살면서 네게 영향을 미칠 ‘인간’들의 ‘관계’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렇게 편가르지 마라. 그저 오는 사람 감사히 여기고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떤 득을, 또는 어떤 해를 입어도 탓하지 마라. 인연이 된다는 것은 마치 음악가가 좋아하는 음계든 싫어하는 음계든 모든 것을 섞어 음악을 완성하듯 네 인생에 오는 사람도 그렇게 각양각색으로 모여서 네 인생의 거대한 '관계'를 만들지. 그래서, 몽테뉴는 '인생을 살려면 선과 악을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한다[4]'고 했어.
인간관계로 인해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져도 모든 것은 너와의 인연에서 유인된 것이지 상대방의 탓만은 아니란다. 그렇게 관계로 인해 벌어진 사태 역시 널 강하게 키우기 위한 시련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말해 지겹겠지만 꼭 명심하렴. 즉, 감정에 초점두지 말고 해석에 초점을 두면 될 듯하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든 멀어지든 그러한 거리에 연연해하지도 마라. 지금 만나는 사람이 영원하다고 여기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수천수만명과 인연을 맺지만 어른들에게 친한 친구가 몇인지 물어보면 그저 몇 명정도 말할 뿐이야. 살면서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자연이 네게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 보낸 선물이야. 잘났건 못났건 그들에게서 배우길 바란다. 못난 사람에게선 못난 짓이 무엇인지를 배워서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를 알고, 잘난 사람에게선 잘난 짓이 무엇인지를 배워. 네게 오는 모두는
너를 세상에 잘 쓰이게 하는 기회로 신이 네게 보낸 사람들이야.
좋은 사람을 네게 머무르게 하려면 네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선한 이들이 너에게로 오게 하는 유일한 길은 네가 먼저 선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야. 같은 기운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어. 결코 선에서는 악을 찾을 수 없고 악에서는 선을 찾을 수 없거든. 그러니 네가 먼저 선한 자가 된다면 선한 자들이 네 곁에 머무르게 되지.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모두모두 자연의 선물로서 소중히 여기고 존중한다면 너 역시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 존중받는 존재가 될거야.
==> 이어지는 글, [세상이 네게 준 5가지 선물, 결코 훼손시키지 마라 3]은
다음주 목요일 5:00A.M.에 발행됩니다
[1] 인생론, 쇼펜하우어, 2010, 나래북
[2] 자기신뢰철학, 랄프왈도에머슨, 2020, 동서문화사
[3] 인생철학이야기, 세네카, 2017, 동서문화사
[4] 에쎄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 2005, 동서문화사
2년전 처음 연재를 시작한 [엄마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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