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의 귀로(歸路)

단지 뒤로 물러난 채로

by 지담

단지 뒤로 물러나 있을 뿐...


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날이 있다.

하루종일 수많은 생각의 침입에 쩔쩔 매며

어떻게든 통제가 되지 않는,

내 안에서 막강한 내전이 일어난,

그런 날.


감정과 이성의 전투에서

이성이 참패를 당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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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내 속을 살피고 다독이며

왜 그러느냐 묻지만

아무 소리가 없다.


그냥.

그런 날.로 규정할 뿐.

왜소한 내 안의 나를

그저 보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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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빈도로, 얼어버린 흑천 (2026.1.29)

그렇게 시선을 공기중에 둔 채

마을을 터덜터덜 걷는다.


강물도 얼어붙어 아무 요동없고

도로도 비어있어 아무 소리없고

하늘도 구름없어 아무 흔적없는,


바람도 불지 않아 냉기마저

자극이 되지 못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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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점 없는 하늘(2026.1.29)


그런 날.

그냥 '그런 날'.

자연 속을 가만...히

나는 걷는다.


애쓰지도 용쓰지도 기쓰지도 않고

그냥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되뇌인다.

난 단지 뒤로 물러서 있을 뿐이라고...


단 한문장 읊었을 뿐인데

코끝은 찡해지고

목은 울컥인다.


조금 더디게 가지만

이 모든 시간들이

무언가로 향하는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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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은

어느 정도 길을 돌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시작되었지만..

나는 단지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주).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나의 시간 속에도...

무섭고 위협적인 것이 들어 있다고...


오늘도 나는

읽고

쓰고

걷는다...


단지 뒤로 물러난 채로...


주>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책세상


# 혼자 녹음하고 듣고 싶을 때 틀어놓고 듣습니다.

비공개이지만 오늘 살짝 독자들과 함께 들어 봅니다.

https://youtu.be/KYlA0WBvs84?si=S4JKVPo9e8EsTpHU


https://cafe.naver.com/joowonw/12681


[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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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5:00a.m. [필사 - 사유의 손끝에 철학을 품다]

목 5:00a.m. [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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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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