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가 내 배에 타고 있을까

두려운 새벽, 몽테뉴가 데려온 한 사람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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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가 그의 뱃사공에게 말한,

그를 위협하던 바다보다도 더 허풍치면

이런 말투가 나타난다.


"만일 네가 하늘이 무서워 이탈리아로 가기를 거부한다면

나를 믿으라.

네 공포의 단 하나 정당한 이유는

네가 너의 배를 탄 손님이 누구인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 보호에 안심하고 파도를 헤쳐나가라."


그리고 이런 말투도 있다.

카이사르는 이제 자기 운명에 어울리게 당당한 위험이라고 보고 말했다.


"조각배의 고물(배 뒷부분)에 앉은 나에게

미쳐 날뛰는 대해가 힘차게 공격해옴을 보니

신은 나를 넘어뜨리기 위해 저렇게도 고생을 하는구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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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은 자신을 대신해 질서를 전복시키는 인물을 내세운다.

카이사르.

그도 그런 인물 중 한명일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며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 당당했던 그.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외쳤던

카이사르.


스크린샷 2026-02-10 054819.png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발췌:위키미디어)


이 새벽,

몽테뉴는 왜 내게 카이사르를 보냈을까.

위축된 채 웅크리고 있는 나를

그가 눈치챈 것일까.


할말을 잃고

귀도 막히고

정신도 나갔다.


요즘 나는 두렵다.

두려워 책상앞을 떠나지 못한다.

작은 내가 안스러워 꼭 안고 키우는, 아니

키워내는 중이다.


오지 않은 걱정을 통제할 정도는 된 것 같은데

걱정이 내뿜는 뜨거운 한숨이 여전히 내 피를 데우는지

걱정은 한심으로,

한심은 일어서려는 나의 어깨를 내리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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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었다.

카이사르가 내게 말한다.


'네 공포의 단 하나의 이유는

네가 너의 배를 탄 손님이 누구인가를 모르기 때문' 이라고.


내 배의 고물에도 날뛰는 대해의 공격에 당당한

카이사르가 타고 있을까.

신이 나를 넘어뜨리기 위해

저리도 고생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는 내게,

자신이 배 뒷머리에 앉아 있을테니

신이 고생을 자처해 무엇을 의도하는지

자신처럼 알아채라는 의미일까.


옹졸함으로 쥐어짜는

한심한 상념들은 자신에게 맡기고

계속 노를 저으라고

몽테뉴는 이 옹졸한 새벽,

내게 그를 보낸 것인가.


쵸코렛보다 더 달콤한 신의 손길은

항상 고통으로밖에 느낄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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