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담단상 26
만사가 귀찮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 기운도 없고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 해' 머리속에서 계속 외쳐대는 명령에
죄책감도 의지도 다 외면하고 싶은 지금
과연
과연
과연
이렇게 가열차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나를
무엇이 마중나와 내 두 다리를 뛰게 할 것인가?
무엇이 문닫아버린 내 정신을 이탈시킬 것인가?
무엇이 무뎌진 내 감각을 자극할 것인가?
무엇이 바람빠진 내 에너지를 상승시킬 것인가?
무엇이 숨어버린 내 능력을 갈고리로 꺼낼 것인가?
무엇이 '귀찮기는커녕 뭐라도 하고 싶어 미치는' 그 곳으로 날 데려갈 것인가?
도대체 내 모든 육신을 이끌 그것이
무엇이냐?
그림자도 보이지 마라.
그 '무엇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하다.
귀찮은 값진 시간
가열차게 귀찮아보련다.
날 마중나오려 대기중인 너에게 내 속수무책으로 당해보련다!
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리다.
더 지독하게 귀찮은 채로 내버려두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네가 나타나면,
기꺼이 내게 모습을 드러내면
내 감히 모든 시간과 정성을 네게 쏟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