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직장생활의 369법칙은 비껴갈 수 없었다.
자 이제 3년 차가 되었다. 369법칙이 슬금슬금 다가와 나도 어쩔 수 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 매너리즘을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었다. 슬슬 이 같은 생활이 지겹고 따분하고 재밌는 일 들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 이제 그만둘 때 인가.. 난 여기서 뭘 더 배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퇴사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매너리즘이 왔다고 해서 일을 설렁설렁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이 일은 좋았고 뭘 하든 대충 하기 싫었다. '그만두더라도 아 그 직원 마지막까지도 참 열심히 했어'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었다. 뭐든 끝맺음이 좋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후임들 교육도 매장 위생관리에도 고객응대도 허투루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아마 점장님이 보기엔 내가 곧 그만 둘 거라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즈음 난 혼자서 여행이란 게 떠나보고 싶었다. 한창 '욜로'라는 게 유행할 때라 다 그만두고 무작정 떠나고 싶은 욕망이 당장 오늘이라도 사직서를 낼 수 있을 만큼 컸었다. 그리고 같이 일하던 동료 중 한 명은 내가 꿈꾸던 욜로족이었다. 알바를 2-3개씩 하면서 모은 돈으로 유럽으로, 동남아로, 국토대장정을 떠나는 정말이지 실행력이 최고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동료가 옆에 있으니 자연스레 나도 슬쩍 떠나보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해외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주도라도 떠나서 이곳과는 다른 환경에 속해 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일 하던 때엔 휴가도 매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가지 못 할 때라 난 그 흔한 여름휴가를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휴식의 욕구와 퇴사의 욕구가 시너지가 되어 머릿속엔 온통 사직서뿐이었다. 머지않아 난 결심했다. 첫 번째 사직서를 내기로. 남들 쉽게 가는 제주도를 가야겠으니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실행력과 추진력은 여전히 가득할 때라 월 초에 사직 의견을 전달하고 그만두고 바로 떠날 수 있게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주변에선 모두 3년 차이니 그럴 수 있다고, 지겨울 수 있다고, 매너리즘 격을 때라고 붙잡는 이들이 더 많았으나 이미 결심한 나에겐 들리지 않았다.
25살, 첫 번째 사직서를 던지고 첫 이직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