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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Aug 31. 2022

2년 차는 점점 신입티를 벗어던지고

바리스타 1년 차엔 경험을, 2년 차엔 숙련도를 쌓는다.

#2. 바리스타 2년 차는 자신감 뿜 뿜이지만...


 어느덧 2년 차 바리스타가 되었다. 1년 차엔 다양한 경험들을 겪었다면 2년 차엔 어느 정도 숙련도가 생긴다. 고객 응대하는 일, 우유 스티밍 작업, 라테아트, 에스프레소 추출까지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회사에서 한 달에 한번 꼴로 (혹은 분기에 1회)로 퀄리티 점검을 나오면 손이 자동으로 떨려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라테아트가 자동으로 될 지경이긴 했지만.. 그래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달래 가며 늘 테스트엔 최선을 다 하며 우리 매장이 최고 점수를 받길 바랐다. 분기별로 최상위 매장에 내려지는 포상도 욕심이 났지만 그 보다 자아실현의 목적과 내 안의 자존감을 채우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 자신이 위축되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는 자존감이 있지만 20대 초반의 난 그렇지 못했다. 낮은 자존감을 감추려 아무렇지 않은 척, 늘 당당하고 매사에 내가 1순위 인 척 지냈었다. 사실은 늘 남의 눈치와 타인이 바라 볼 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피곤스러운 행위를 하면서도 그 속에서 이 낮은 자존감을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래서 더욱더 일에 집중을 하고 어느 순간 완벽하게 해야 된다는 집착이 생기기도 했다. 바리스타로서 바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이 있다. 가령, 난 컵과 스푼의 방향은 무조건 고객 방향으로 둬야 하고 설거지할 때 락앤락은 무조건 고무패킹까지 벗겨서 씻어 말려야 안심이 되었다. 다른 동료는 음료 위 드리질(소스 토핑) 횟수가 정해져 있다거나 아포가토의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 일정 비율의 담음새가 나지 않으면 새로 담기도 했고 어떤 기물이든 물 얼룩 있는 걸 보지 못해 항상 손에 리넨을 들고 다니며 닦는 동료도 있었다. 이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각자의 중요한 포인트들이 생겨 나중에 이걸 가지고 이야깃거리로 한 시간 가까이 떠들 때도 있었다.


 바리스타로서 커피와 음료를 제조하고 제공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 외 부수적인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매장에 필요한 물품을 발주하는 건 기본인데 신입 땐 실수하면 선임들이 커버해줬다면 이젠 내가 스스로 책임지고 커버를 해야 했고, 매장의 오픈과 마감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픈 출근은 일단 출근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다. 7시 까진 출근을 해야 해서 혹시 늦잠으로 내가 문을 열지 못할까 하는 걱정으로 전날 밤 늘 잠을 설치고 긴장 속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때 당시엔 도보 10분 안으로 출근이 가능했는데도 난 늘 긴장 속에서 잠을 잤었다. 그래도 문제없이 매장을 오픈하고 영업을 시작해서 점장님의 "별일 없었어?"에 "네!"라고 대답할 땐 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 느낌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 이 매장에서 날 책임져줄 사람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내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바 안에선 늘 힘이 되었다.


 마감은 현금 정산만 잘 맞으면 되었기에 오픈 출근의 압박감보단 수월했고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마감 출근을 더 선호하긴 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마시는 시원한 맥주타임이 더 좋았던 것 같긴 하지만 :)


 그렇게 2년 차 바리스타는 바 안에서 자신감 뿜 뿜과 자아실현과 자존감 채우기에 집중하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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