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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Sep 02. 2022

경력직 신입이 너무 당연한 직군

4년 차인데 또 신입입니다..?

#4. 바리스타 4년 차는 또 신입입니다.


 3년 차에 이직을 하고 경력직으로 입사는 불가능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리스타라는 직군은 경력이 있어도 늘 시작은 신입이었다. 경력직 신입이라는 게 너무 당연한 직군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 회사는 내가 배울게 더 많을 거란 확신과 신입이 또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막내의 특권이라 함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가. 난 그 자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새로운 회사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결은 비슷했으므로 배우는 속도는 자연스레 빨랐다. 분명 신입 막내로 입사했으나 어느새 하는 일은 시니어들의 일까지 도와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엔 입사 개월 차에 맞는 교육과 업무가 있었지만 난 입사하고 바로 스팀을 하고 라테아트를 해서 음료를 제공했었다. 스팀교육은 3개월 차에 진행하는 거였는데 점장님의 '할 수 있는 사람은 해야지' 란 마인드에 난 동기들보단 빨리 바 업무에 투입이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신입 월급 받으면서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란 불평을 나 대신해주기도 했는데 난 그런 생각보단 내 역량을 인정받고 실력에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스럽게 다녔었다.


 때때로 체력이 지칠 땐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주어지면 또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일이 많다고 불평은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일을 쳐내기에 바빴다. 물론 그때 매장 매출을 생각하면 그렇게 일을 '쳐내기에 바쁘다' 란 표현이 맞을 만큼 오픈부터 마감 때까지 정신없이 바쁠 시기였다.  지금의 내 체력으로 그땔 생각하면 절대 하지 못할 업무량이었다. 노련함으로 쳐내기에도 벅찬 업무량이었는데 그저 깡으로 해내던 그때의 나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때 드디어 소문으로만 들었던 빌런 선임들도 만나게 된다.

 빌런은 안 만나는 게 상책이지만 미친놈 보존법칙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늘 후임으로 두던 그 미친놈 보존법칙이 내 선임이 되어버리니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일을 벌이기만 하고 수습은 늘 후임들이 해야 했고, 일머리가 없으나 연차만 믿고 승진에 욕심을 내는 게 너무 우스웠다. 화나던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았으나 그중 어이없던 걸 하나 이야기하자면, 라테아트 연습하는 건 노력의 일부로 좋게 볼 수 있으나 그 설거지는 전부 내가 해야 했다. 그런 선임을 약 1년간 같이 일하니 결국은 마지막엔 나도 폭발하여 선임 후임 떠나서 대판 싸우기도 했었다. 아마 내 인생을 다 돌아봐도 그렇게 크게 싸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 빌런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그 외 동료들은 자연스레 단합이 잘 될 수밖에 없었다. 공공의 적이 있으니 서로 돕고 걱정해주며 전우애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빌런들과 근무표가 겹칠 땐 서로가 걱정과 위로를 자연스레 건네는 게 생활이었다. 그리고 나의 본격적인 빌런 경험은 이때부터 겪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직원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위할 줄 아는 좋은 점장님과 좋은 동기들을 만났다는 것. 지금의 내 인관관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긍정적인 인연들을 이렇게 한 명 한 명 늘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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