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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Sep 03. 2022

직장에서 좋은 선배는 어떤 건가요?

리더십에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는 5년 차.

#5. 좋은 후임이 되는 건 쉽지만 좋은 선임이 되는 건 어렵다. 


 빌런과 함께하는 직장생활.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빌런 한두 명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빌런은 여전히 있었고 결국 그 빌런은 부점장이라는 직책을 달았다. 일머리는 없으나 시험 머리는 있고, 팀원을 아우르는 리더십은 없으나 열정은 가득한.. 여러모로 뒤치닦거리 하느라 하루가 다 가는 느낌은 여전했다. 함께 일한 점장님은 참 좋은 분이지만 그런 빌런을 부점장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게 이해가지 않았고 내가 점장이 된다면 저런 사람은 기회를 절대 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연차만 믿고 거드름 피우는 사람이 내 선임이라니.. 나만 이런 시련이 있을 거라 생각지 않으니 불평은 이만하도록 하겠다. 

 

 중고 신입으로 입사해 중간 이상은 할 줄 알았던 난 눈치로 일했던 것 같다. 저건 저렇게 하는구나, 이럴 땐 이렇게 하는구나 등등 눈치껏 하다 보니 선임들은 내가 눈치껏 일 잘하는 후임이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모른 체 일을 하게 되는 거였다. 그걸 깨달은 건 내가 후임이 생기고 나서 교육을 하려 하니 이 일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주고 싶은데 어림짐작으로 알 뿐 정확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제 와서 선임들에게 "근데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물어보면 그 누구든 설명을 잘해주었을 분들인데 '아니 이걸 왜 이제 물어보는 거야?', '얘 지금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할까 봐, 그런 시선으로 날 보는 게 무서워 알음알음 알아보고 동기들에게 물어보며 후임 교육을 했었다. 그때의 선임들에겐 좋은 후임이었지만, 후임들에게 좋은 선임은 아니었으리라..


 완벽주의의 성향으로 후임의 실수를 눈감아주기가 힘들었고 리더십도 부족했어서 가장 쉬운 다그치는 방법뿐 할 줄 몰랐다. 무서운 선임으로 소문이 나 때때로 점장님에게 "한 번씩은 눈감아주고 그래~"라고 돌려서 주의받기도 했다. 그때의 난 선임들에겐 참 좋은 후임이었지만, 후임들에게 난 썩 좋은 선임은 아니었으리라..


 5년 차의 나에게 가장 어려운 건 리더십을 키우는 거였다. 선임들과 혹은 혼자 일하는 건 잘 하지만 후임들과 일을 하면 답답한 마음에 일을 내가 다 하기도 했다. 한번 설명해줄 때는 성심성의껏 설명해주지만 두 번 설명해줄 땐 이걸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후임들이 답답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빡빡하게 굴었다 싶다. 모르면 이해하기 쉽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주면 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줄 줄 알았어야 했는데.. 26살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나' 중심으로 모든 이들을 이해했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가 전혀 안되고, 사람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르고 숙련도가 생기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머리는 알지만 마음으론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던 시절.


 '좋은 리더', '리더십' 이란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이후 부점장, 점장이 되어서도 꾸준한 고민거리였었다. 지금의 노하우와 마인드로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참 좋은 선임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때 나와 함께 했던 후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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