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이란 걸 느끼게 해 준 승진.
직장생활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순간이라 느끼는 건 아마 승진했을 때가 아닐까? 나도 드디어 승진이라는 걸 할 기회가 생겼다. 연차상으로도 직급 시험을 볼 자격은 있었지만 늘 격려와 나의 실력에 믿음을 주신 점장님의 추천서로 시험을 보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순간도 즐거웠을 때였다. 내가 부점장이 되면 이렇게 직원들을 위해줘야지, 점장님을 이렇게 서포트해드려야지 등등 새로운 의욕과 열정 가득한 꿈을 꾸며 즐겁게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 분기별로 매장에서 퀄리티•위생 검사를 올 때도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질 못했는데 직급 시험이라고 다르랴.. 심장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애써 감추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바로 시무룩해졌다. 떨어도 너무 떨었다. 손을 왜 이렇게 떠냐는 감독관의 말이 나올 정도였었다. 곧장 매장으로 가 "재시험을 봐야 할 것 같다, 너무 떨었다, 망한 것 같다" 아쉬움 가득한 푸념을 털어놓는 걸로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약 2주가 지나고 거의 포기할 때 즈음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합격. '어?!?!??? 합격???' 결과지를 보니 다행히 필기시험을 잘 봤었고, 지역 매니저와 점장님의 평가가 좋았었다. 물론 실기시험은 아주 잘 본 건 아니지만 턱걸이로 간신히 커트라인을 넘겼었다. 합격소식을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이 긴장감 가득했던 시험을 또 안 봐도 된다는 안도감이었고, 그다음에서야 합격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난 부점장이 되고 나서야 마음속에 여유라는 게 생기는 것 같았다. 후임들의 실수에도 "에이 실수할 수 있죠~ 다음부턴 주의해주세요:)" 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실수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집중을 했다. 예전에 내가 실수한 것에 멘붕에 빠져 우왕좌왕할 때 멋지게 해결해주던 나의 선임들처럼 어느새 난 후임들의 실수에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이걸 빨리 해결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며 실수한 후임이 주눅 들지 않고 남은 일들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아, 물론 늘 그렇지는 못했다. 늘 그렇게 하면 아마 별명이 부처나 천사 이쯤이었을 텐데 난 그렇진 않았다. 여전히 답답한 모습들엔 한편에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나의 답답함을 점장님에게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어떻게 처음부터 또 잘하려고 그러니, 관리자도 경험이 필요한 거니 일단 처음부터 너무 힘주지 말고 여러 경험들을 쌓아보자' 란 생각으로 부점장이라는 자리에 점점 적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