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씨 Sep 06. 2022

일보다는 사람이 힘든 법이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8년 차, 매장 이동을 고민하다


 부점장 2년 차, 매장의 점장님이 또 바뀌었다. 그 점장님은 점장이란 시험을 합격하고 처음 부임하는 매장이었다. 처음은 늘 모두가 미숙한 법. 하지만 난, '점장이라면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답답한 순간들이 많았다. 근무표도 점장님은 항상 오픈 출근을 해 저녁이 있는 생활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마감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마감 근무만 하면 낮 밤이 바뀌는 건 당연해지고 그로 인해 건강도 안 좋아진다. 예민해지면서 그게 일할 때도 컨트롤이 안되니 후임들은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나 때문에 미안해지네, 이러면 안 되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 이런 근무표를 짜준 점장님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 


 근무표만 그랬으랴.. 사무실에 업무를 보겠노라 들어가면 한참을 안 나오기 일쑤였다. 그동안 내가 함께 한 점장님들은 베테랑이라 금방 업무를 마치고 나온 거라 생각하고 '그래.. 처음이니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란 생각이 들다가도 내 예상 밖의 시간 동안 안 나오면 '일을 하긴 하는 건가? 안에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란 의심이 들어 나에게 그 점장님은 신뢰도를 점점 잃었었다. 


 결국 난 점장님에게 면담 신청을 하며 나와 직원들의 그동안의 불만과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고 했고, 이유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매장에선 집중이 안돼 일을 집에서 처리하고 싶은데 오픈 출근을 해야 저녁에 처리할 수 있단다.. 뭐지? 내가 바라던 충족된 답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라면 매장에서 충분히 시간을 드릴 테니 일은 매장에서 하시고 전 직원 오픈 마감 횟수를 공평하게 넣어달라고 요청했고, 내가 서포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해드릴 테니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해달라는 말도 했다. 대답은 알겠다고 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했듯이 난 처음으로 매장 이동을 생각했다. 


 지역 매니저님과 면담을 하고 난 매장을 옮기기로 했다. 그 후로 이 매장의 직원들의 이야길 들어보니 내가 요청했던 건 들어주지 않았고 여전히 마감은 직원들의 몫이었고 힘들다는 얘기가 들려왔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셨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왔다.  


 좋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첫 매장 이동의 기회에 설렘과 긴장감, 새로운 의욕이 뿜 뿜 하던 바리스타 8년 차였다. 


이전 08화 승진, 드디어 해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