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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Sep 08. 2022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갑질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속담을 만들었을까?


 내가 다니던 회사는 모(母) 회사가 있었고 여러 계열사 중 하나인 카페 브랜드였다. 

 난 이 모회사가 있는 건물 안 매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회사 내에서 관심과 관리에 있어 빠지지 않는 매장일 수밖에 없었고, 회장님 외 고위급 간부들이 매장을 방문하면 보고를 따로 할 정도로 관심이 지대했다. 건물 안에 매장이 있었기에 회장님, 사모님, 사장님이 자주 들려 커피를 마시는 건 당연했고 한편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회의도 자주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이 들긴 했지만 친근하게 대해 주시는 분들이라 나중엔 간단한 스몰토크도 주고받으며 어려움이 점점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회장님, 사장님도 하지 않은 모회사 직원들의 갑질. 소문만 들었을 땐 '에이 설마, 같은 직원일 뿐인데?'라는 생각을 했었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만들어낸 속담이었으리라..


 "저 여기(모회사) 직원인데 토핑 좀 많이 올려주면 안 돼요?" 같은 부탁부터, 예약제인 회의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건 기본이었고 나중엔 예약 후 이후에 다시 이용해 달라는 정중한 안내를 했을 땐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냐"를 시작으로 말도 안 되는 언어폭력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2020년도에도 "내가 누군지 알고" 란 구시대적인 말을 들을 줄 누가 알았으랴... 그 언어폭력을 한 사람을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기사도 나올 정도의 박식한 사람이었으나 인성은 정 반대였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는 이미지가 좋은 회사였기에 저런 언어폭력을 일삼는 간부가 있다는 건 큰 배신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 언어폭력을 직접 받았던 점장님은 충격으로 일주일 정도 휴직을 할 정도였다. 모두 알다시피 감정노동자로서 일하는 게 힘들지만 이런 직접적인 언어폭력을 당하면 정신적으로 회복이 어렵다.(이건 감정노동자를 떠나 언어폭력은 누구나 힘드니 다들 선을 지키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나도 추후에 겪게 되는 일들이었지만 당시 점장님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었다. 타인이 회복에 있어 도와줄 수 없고 오롯이 내가 견디며 극복해야 하는 상황. 그저 지켜보며 속으로 응원과 위로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매장에서 1년간 일하게 되었는데, 난 이 회사를 다니며 가장 다양한 도전을 해본 곳으로 꼽는다. 말도 안 되는 그런 갑질 속에서 오픈부터 마감 때까지 꾸준한 고객 유입으로 쉴 틈이 없고, 많은 직원들의 모범도 보이며 리더십도 발휘해 점장으로 가기 위한 시간을 쌓았다. 업무적으론 매장의 진열 방안 변경부터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 진행, 매출 향상 방안 모색을 위한 점장님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후 여러 시도들을 하며 경험치를 쌓아 다음 매장 이동 땐 점장급으로 이동할만한 결과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들이 즐거웠던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다면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말도 안 되는 갑질로 얻는 대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한 힘든 일들은 역시 함께하는 동료들이 좋으면 즐기면서 할 수 있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는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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