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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Sep 16. 2022

번아웃과 우울증 그 사이 어디쯤

저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악성고객은 입점도 안 되는 룰이 있으면 좋겠다.


 10년 차. 꿈꾸던 점장이 되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의욕과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저 무기력함과 피곤함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처음엔 이런 증상들이 그저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서, 이전과는 다른 한가한 매장으로 와서 적응이 안 되어 그러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한창 코로나19가 심해지던 해였고 카페에선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그로 인해 매출은 반의 반 토막이 나던 시절이었다. 새로 간 매장에선 직원들 간의 케미 문제로 팀워크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전에 내 선임으로 있던 그 빌런 중 한 명이 그 매장에 있었다. 내가 점장으로서 그 사람을 이끌고 가야 하는, 이전과 정 반대의 상황에 고민과 한숨이 절로 쌓이던 때였다.(선배라고 부르던 사람보다 승진을 먼저 하게 되어 조금은 껄끄럽기도 했었다.)


 그리고 매장엔 진상을 넘어 악성고객이라고 부를 만한 고객도 있었다. 나는 이 같은 분류의 고객들을 진상으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 앞뒤 말이 다르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 두 번째, 단지 자기 기분에 따라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고객. 세 번째, 고객의 불만사항을 듣기 위해 다가가는 직원에게 귀 닫고 본인 할 말만 하며 '고객이 왕이다'라는 마인드로 거친 언행으로 소통이 안 되는 고객.


 이 고객은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고객이었고 매장에서 누가 응대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랐으며 음료 제조도 누가 만드는지 유심히 지켜본 후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어 줘도 맛 컴플레인을 거는 고객이었다. 그 고객은 본인도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클레임 시스템을 잘 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직원의 서비스 응대에 있어 민감해했다. 그래서일까? 점장 유니폼을 입은 내가 응대하고 음료 제조를 하면 별다른 클레임 없이 퇴점하지만, 사원들이 주문을 받거나 음료를 만들어주면 어김없이 클레임 접수를 하였다. 서비스는 주관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런 고객을 응대하는데 어느 직원이 소홀할까? 클레임 접수를 피하려 오히려 최선을 다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같은 레시피로 음료를 제조하는데 맛이 안 난다고 클레임 거는 상황엔 (예를 들어 그 고객이 초코음료를 시켰고 누가 봐도 초코가 진한 색깔의 음료를 받아갔음에도 초코맛이 하나도 안 난다고 클레임을 거는 식이었다.) 본인 매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우리한테 푸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식으로 클레임 접수를 자주 하니 본사에서도  정확한 확인을 위해 매장 상황을 설명 듣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클레임은 CS 부서에서 거를 정도로 유명했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직원들이 응대하길 꺼려하니 내가 매장에 있을 땐 최대한 내가 응대를 하겠노라 약속하며 많이 대면했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로 인한 긴장 수준도 높아졌고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직원을 무시하는 상황이 지속되니 '한 번만 밖에서 마주쳐봐라, 똑같이 역지사지로 대해주고 싶다' 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아마 그 고객으로부터 우리 직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회사에서 제안해줬다면 이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거다. 회사에서도 우리를 지켜주는 방법이 없으니 고스란히 그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일일이 응대할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이 점점 심해졌었다. 


 그런 감정이 심해지다 보니 출근하면 무기력해지고 집중이 안되고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크게 쉬는 일이 잦아졌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우울감도 들었다.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했을 땐 눈물이 쉼 없이 흐르기도 했다. 이건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거나 일단 일을 쉬어야겠단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다. 그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우울증, 공황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은 예상했으나 그 외의 진단들은 의외였고 결국 약을 먹으며 감정의 안정화를 찾았고 그러다 보니 일은 예전보다 힘들진 않지만 할만하게 느껴져 일단 계속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타의 반 자의 반 휴직을 하게 되는 사건이 터졌다. 나의 사직서를 던지게 되었던 시발점이 되었던 그 사건. 내 인생에서 가장 무너졌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할 때가 있지만 결국은 지나간 일이고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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