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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씨 Sep 26. 2022

버티진 못했지만 나를 지키는 선택

후회 없이 불태웠기에 미련 없이 안녕!

# 11년 차, 마지막 퇴근 길  바리스타 11년 차의 마지막 퇴근길바리스타 11년 차의 마지막 퇴근길바리스타 11년 차의 마지막 퇴근길


 새로운 매장으로 복직을 했다. 앞서 말했 듯 특수매장으로 일반 고객들은 입점하기 어려워 특수고객들만 응대하면 되는 곳이라 나의 안전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곳이었다. (매장 입구엔 늘 시큐리티분이 계셨다.) 새로운 매장에서 나의 역량을 펼치며 일하기 쉬운 동선 수정 및 직원 역량 케어, 매출 향상을 위한 방안 모색 등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새 매장에 적응했다. 


 다행히 새 직원들은 잘 따라와 줬고 팀워크도 잘 맞았다. 직원들이 다들 배려심도 많고 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일하는 부분에서도 수월했다. 모든 게 긍정적이었다. 여전히 약은 복용 중이었지만 불안증세도 안정되어 가는 듯했고 우울감도 많이 사라졌다. 불면증은 여전했지만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일정 시간 잠은 잘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좋은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매장이 점점 바빠지며 체력적으로 소모가 큰 날엔 퇴근 후 집에 홀로 있으면 우울감이 불쑥 찾아와 또 힘들게 했다. 이래서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진다고 한 건가. 체력적으로 받쳐주질 못하니 힘든 날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쉬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졌고 날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내가 퇴사를 한다면 후회를 하지 않을까? 에 생각을 해봤는데 후회 없이 당장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회사에 입사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봤고 많은 걸 배워 그것을 바탕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시도해보며 성취감도 느껴봤고 상처를 받은 만큼 동료들에게서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 분명 회사 생활을 더 하게 되면 다양한 상황들을 더 겪을 수 있겠지만 현재 내 상태론 잘 이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먼저 섰고 그동안 난 후회 없을 만큼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기에 퇴사 결심이 어렵지 않았다. 


 서울을 떠나 조용한 곳에 있고 싶어 지방으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퇴사 시기와 이사시기를 조정하며 퇴사 날짜를 정했다. 점장으로서 퇴사를 한다는 게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기에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내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던 직원들이라 이해해주며 잘 쉬어보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에게도 수고 많았다, 퇴사 축하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등 나에 대한 진심 어린 인사를 받으니 '아- 회사생활 헛되지 않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선물들도 받으며 나의 마지막 퇴근길은 동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마음 가볍게 떠났다. 


 (다음화는 Epilogue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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