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로 일하면 이런 일도 겪습니다.
바리스타 생활 11년 차, 점장 2년 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매장의 악성고객이 직원을 앞에 세워놓고 고객센터에 전화로 클레임을 걸며 대놓고 직원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직원은 내가 서비스 부분에서 모범이 되는 직원이라 포스 응대를 자주 시켰던 직원이었는데 이번 타깃은 그 직원이었다. 클레임 내용은 '직원이 싹수가 없다.' 퇴근길에 전달받은 내용으로 CS 부서에서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접수하겠으니 직원을 앞에 세워두고 전화를 해서 직원이 놀랐을 거다, 잘 달래주길 바란다.'라고 짧게 통화를 하고 난 곧장 집이 아닌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화가 너무 났다. 무시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지만 이렇게 사람을 앞에 세워두고 무안을 넘어 수치스러움을 남긴 그 몰상식한 방식에 나의 직원이 상처를 받았단 생각에 그동안 참았던 화가 터진 것이다.
일전에 우리 매장 근처를 배회하다가 그 고객이 일하는 매장을 우연찮게 발견하고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곧장 방문했다. 난 그 고객처럼 몰상식한 방법으로 되갚아주긴 싫었고 매장을 이용하고 시정했으면 좋겠는 부분들로 클레임 작성을 했다. (방역수칙 안내 및 위생 관련 시정을 했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그 고객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 무시당할 것 같았고 그의 악질 클레임은 계속 이어질 것 같았다. 뭐라도 해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그 고객이 매장으로 찾아와 나를 찾는 일이 생겼다. 난 매장을 비운 상황이었고 나의 출근 시간을 묻는 등 나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을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다행히 직원들은 출근시간은 알려주지 않았고 만나고 싶은 이유를 물었으나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매장으로 날 찾는 전화가 또 걸려 왔다. 이후엔 CS 부서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이유는 역시 내가 걸었던 클레임이었다.
"이 매장의 점장이 내가 건 클레임에 보복성 클레임을 본인에게 걸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등등" CS 부서의 말에 의하면 분기탱천하여 격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30분도 되지 않아 다시 CS 부서로 "내가 전화 건 거는 점장에게 전달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동안의 언행들을 미루어보자면 매장으로 찾아와 충분히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선 며칠간 출근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조치를 취해줬으나 상황이 그렇게 흐르다 보니 나의 불안장애는 더 심해졌다. 그 전화를 받은 날 나는 자기 전까지 눈물을 흘렸다. 억울해서? 무서워서? 모르겠다. 그냥 짜증스러운 감정과 함께 눈물이 멈추질 않았었다.
며칠간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매장으로 날 찾는 전화는 계속 걸려왔고 난 출근할 자신이 없어졌다. 이 멘털로는 그 고객을 정상적으로 대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휴직을 하기로 했다.
한 달간 휴직을 했고 복직 매장은 일반 고객들의 대면이 적은 매장으로 발령이 났고 내가 있던 매장엔 새로운 점장이 부임했다. 그 이후에도 날 찾는 전화는 계속 와 새로운 점장이 "이제 점장이 바뀌었으니 매장에 요구사항이 있으면 본인에게 말하라"라고 대응해 그 이후론 매장에 전화도 그 고객이 방문하는 일도 없어졌다고 한다.
쉬는 동안 멘털을 붙잡는데 집중했다. 서울을 떠나 부모님 집으로 가 안정을 취했다. 일을 다시 시작할 정도론 안정되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복직은 해야 했기에 한 달간의 휴식 후 나의 5번째 매장으로 출근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