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그러나 나는 조용히 무너지는 중이었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양도 적당했고, 매주 화요일이면 일본어 수업을 들었고, 목요일엔 어반드로잉 수업을 갔다. 가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었고, 매주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북한강에서 카약도 탔다. 서울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양평에서 누리는 이 여유로운 생활은, 내 삶에 스며든 선물 같았다.
쉬엄쉬엄 살아가는 이 삶이 좋아 '누구에게나 각자의 토요일이 있다'는 제목으로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다. 토요일처럼 느긋하고 따뜻한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아니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삶'이란 걸 보란듯이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착각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너졌다.
얼마 전부터 얼굴 한쪽이 아파왔다. 처음엔 단순한 두통인가 싶었지만, 곧 치통과 안면통증으로 번졌고, 참기 힘든 고통이 이어졌다. 이틀을 버티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원인을 알 수 없어 MRI와 피검사, 자율신경계 검사까지 이어졌다.
의사가 말했다.
"자율신경계가 많이 흐트러져 있어요.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 많으셨어요?"
"글쎄요. 특별히 그런 일은 없었는데요..."
선뜻 대답을 한 후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말이 남았다. 남편이 3~6개월마다 암 추적 검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현재 남편은 위암, 폐암, 육종에 대한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우리 삶에 익숙한 일이 되었고, 매번 별일 없다는 결과가 오기 때문에 더는 내 감정이 요동치는 일도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말 괜찮았던 걸까.
그날 의사의 한 마디는 내 마음을 '툭' 하고 건드렸다. 나는 쉬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내 몸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껏 내가 외친 쉼이, 과연 '진짜 쉼'이었을까?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날들 속에,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신경을 곤두세운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지 모르겠다. 매번 남편의 검진 결과가 '이상 없음'으로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 '괜찮음'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불안과 조심스러움들이 결국 내 안 어딘가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었던 걸까?
나는 쉬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야 할 일'을 줄인 삶이었을 뿐, 내 안에 자리한 긴장을 내려놓는 삶은 아니었다. 느긋한 일상을 살면서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던 나는, 쉼조차 스케줄 안에 넣고 실천하려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멈추는 순간에도 마음은 늘 무엇을 증명하려 했고... 그 끝에서 몸이 먼저 반응한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이번 글은 '완성'이 아니라 그저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보는 연습처럼 조심스럽게 써내려가 본다. 자랑도, 회피도 아닌, 내 삶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누군가의 토요일은...,
'나는 괜찮다'는 말 대신 '나는 괜찮아지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그동안 써온 '각자의 토요일'이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 더듬어본다. 진심이 조용히 제 자리를 찾아갈 때, 비로소 우리 각자의 토요일이 마음속에 깃든다. 어쩌면 이 말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건네야 했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