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하나가 일주일을 흔들었다

9장.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by 미나리즘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기보단,
내가 조금 불편한 게 낫다고 생각해왔다.



평소 모난 말을 못하고, 누군가에게 날 선 말을 들을 때면 오래도록 마음이 아린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그 말은 내 안에 조용히 뿌리를 내려 웬만한 일은 넘기고 흘려보내는 성향을 길러주었다.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기보다,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는 쪽을 더 많이 선택하며 살아왔다.


부모님과 다툰 기억도 거의 없고, 아이를 키우면서 소리를 높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다. 남편과도 싸움이라고 부를 만한 갈등은 거의 없었다. 내 마음이 좀 불편한 상황이 있어도 금세 잊는 성격이라, 서운함이나 분노가 오래 남지 않는다. 덕분에 사람과의 관계로 지쳐본 적도 드물었다. 이렇듯 관계는 평화로웠고, 마음도 꽤 단단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올해 들어 운영을 맡게 된 모임에서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일을 겪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에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지만, 어떤 분과 의견이 엇갈렸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부딪힐 수도 있는 거니까. 나는 그 상황을 잘 풀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설명했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 애썼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싶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배제되었다고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21일 오전 09_29_06.png 실타래가 얽힌 것처럼 복잡하고 심란했던 이번주 내 마음



“난 이제 더이상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분은 전화를 끊으며 짧게 말했다. 그 말이 쿵 하고 가슴에 내려앉았다. 평소에 친분이 깊다고 생각했던 분이라, 그 말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당황했고, 그날 이후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자꾸만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어떻게 했어야 덜 상처 받았을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의도와 다르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건 분명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이리라. 전화를 걸었지만 닿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하다고, 나의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남은 기간 동안 다시 잘해보고 싶다고. "하지만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동네를 걷는 일조차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딘가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치를 보게 되고, 그 일 하나가 생각보다 깊은 파문을 남겼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나만의 토요일이라 여기며 그렇게 좋아했던 어반드로잉 수업도, 천천히 걸으며 좋았던 산책도, 온전한 쉼이었던 책을 읽는 일에도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몇 년 만에 겪는 감정적 피로였다.




사람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둥글게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나는 늘 조심했고, 갈등은 가능하면 지나쳐왔다. 상대에게 불편한 소리를 내지 않는 만큼, 나 역시 그런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랐다. 그 균형이 오랜 시간 나를 지켜준 방식이었고, 꽤 잘 작동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오해를 키운 걸까, 아니면 애써 붙잡으려는 내 진심이 부담이 되었던 걸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보려 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겠는 이 상황이 낯설고 막막하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앞날이 걱정된다.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텐데,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생각은 점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감정의 실타래는 더 깊숙이 얽혀간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마음이 참 힘들었다. 관계 하나가 어긋났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이 이렇게나 무너질 줄은 몰랐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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