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니까, 지금 행복합시다

10장. 내가 오늘을 사는 자세

by 미나리즘
폐암입니다


작년 3월, 남편이 폐암 수술을 받았고, 이번 주엔 N번째 추적 관찰차 병원에 들렀다. 익숙해진 풍경 속, 익숙해지지 않는 긴장. 병원 대기실에 앉아 남편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는 '혹시나'라는 세 글자가 커다랗게 웅크리고 있어 마음이 참 시끄럽다.



2014년 9월

허벅지 근육에 7cm짜리 육종(근육암) 발견.

튀어나온 게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

악성도 0.5기, 항암 없이 수술로 마무리.

2019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번씩 '내돈내산' 추적 관찰 중


2018년 1월

국가 건강검진으로 위암 발견.

극초기라 복강경 내시경 수술로 치료 완료.


2019년 1월

1년 만에 위암 재발. 또 복강경 내시경으로 시술.

6개월로 늘었던 추적관찰 주기가 다시 3개월로 뚝.


2024년 3월

'내돈내산' 육종암 추적검진 덕분에 우연히 폐암 발견.

다행히 항암 없이 폐 절제 수술로 치료.

중환자실에 누워 정신 못 차리던 남편의 모습에 무서웠음.



지난 10년 동안 '암' 진단만 세 번, 재발 한 번, 선종 수술도 한 번 받았다. 이런 연유로 부위별 연 3회 이상 정기 검진을 받으며 살아가는, 조금은 특별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40대 부부다.



근육암입니다.
위암입니다.
재발입니다....


이 짧은 말들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평범한 오늘이 무너지는 데는 그저 '몇 글자'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 몇 마디가 인생의 색을 순식간에 바꾸기도 한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평온에서 공포로. 생각보다 많은 인생의 전환점이 그저 두세 글자에서 시작된다.


삶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또 한 번 뼈져리게 느낀 건 아이가 세 살이던 어느 날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길.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던 차량이 우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던 것. 상대 과실 100%의 사고였다. 우리는 충격 속에서 유리 조각을 밟으며 아이를 안고, 서로를 확인하며 차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차는 폐차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지만, 안전벨트를 모두 착용한 덕분인지 우리 세 식구는 기적처럼 무사했다. 그날 이후, 또 한 번의 깨달음이 있었다. 인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행복은 저축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살아 있는 이 하루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기적이구나.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414일 동안 신혼여행을 할 수 있었던 용기, 어디서 난 거에요?"
"아이 낳고도, 어떻게 한 두달씩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었어요?"


그 질문에 늘 같은 마음으로 답했다. 그래서였다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아주 몇 단어만으로도 삶이 송두리채 바뀔 수 있다는 걸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라고.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영 못 떠날지도 모르고,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평생 그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걸 온 경험으로 겪었기에...

우리 삶은 기대보다 유리 같이 잘 바스러질 때도 있지만 또 걱정보단 꽤 단단하다. 그 경계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면서, 나는 매번 오늘을 선택한다. 가까스로 살아낸 날들 속에서, '지금'이라는 시간에 가장 집중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 없습니다"라는 의사의 한 마디를 듣고 나오는 병원 복도에서 나는 또 한 번 속으로 다짐했다.



오늘이라는 기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작은 파일]이미지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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