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아이 : 첫 마음을 건넨 날

11장. 따뜻한 마음이 흐르던 그 오후, 토요일의 기억

by 미나리즘


많고 적음을 떠나,
‘내 돈’을 건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건을 사는 일엔 언제나 분명한 대가가 있지만, 기부는 그렇지 않다. 대가 없이 내어놓는다는 건,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주말, 국제구호단체 ‘코인트리’의 대표인 한꽃거지 님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다. 말이 생일 파티지, 실은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가 믿는 철학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작은 카페 한쪽 벽에는 활동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고, 함께 행사에 참석한 아이는 100원짜리 동전에서 시작된, 코인트리의 발걸음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2014년, 전 세계를 공정 여행하던 꽃부자 한영준 대표는 '가난이란 기회가 없는 것'임을 깨닫고 빈민 지역에 학교와 진료소를 짓고자 했다. "100원만 주세요. 학교 짓게요."로 시작한 그의 행보... 그렇게 100원들이 모여 2015년, 볼리비아에 첫 번째 희망꽃학교가 지어졌고, 이후 스리랑카, 멕시코 등에 학교와 도서관, 진료소 등이 지어졌다. 현재까지도 그는 온 힘을 바쳐 책임지고 운영 중이다. 한꽃거지의 이야기를 듣던 중, “300원이면 지구 반대편 한 아이의 식사 한 끼가 가능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아이의 눈동자가 조용히 반짝였다.


잠시 후, 아이는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엄마, 나 매일 100원씩 기부할래.
내 용돈 카드에서.”


용돈 중 3천원을 매월 코인트리에 기부하기로 결심한 아이



아이의 한 마디 결심에, 나는 이내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 아이가 무언가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는 걸 보는 일은, 부모로서 받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날 이후 생각했다. 나는 왜 이 순간이 유난히 기특하고 오래 마음에 남을까. 돌아보면, 그날은 어딘가 특별한 쉼표 같았다. 사람들 틈에서 잔잔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고,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굉장히 특별한 장소에 다녀온 것도 아니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졌고, 그 고요 속에서 오래 기억되고 싶은 감정이 하나 피어났다.


그래, 이게 바로 나만의 토요일이지. 삶이 번잡하고, 마음이 쉽게 지치는 요즘..., 내가 쉼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어쩌면 거창한 여유가 아니라 가슴 한쪽이 살짝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그날 라니와 함께한 작은 기부의 순간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며,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쉼을 느낀다지만, 나에게 토요일은 그런 날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보며, 내 마음도 따라 따뜻해지는 날. 그렇게, 그날은 아주 조용하게, 내 안에 따뜻한 숨 한 번 들어왔다 나갔다.


2025년 6월 26일. 라니의 첫 기부가 시작된 날. 그리고 나에겐, 요즘 들어 가장 포근한 토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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