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아빠 모임이 있다

5장. 요즘 아빠는 주말에 뭐하나요?

by 미나리즘


카약 어때?


남편이 아빠 모임에서 돌아오며 불쑥 한마디를 꺼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 말 한 마디가, 우리 가족의 토요일 아침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 몰랐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엔 특이하게도 '아빠 모임'이 있다. 일 년에 두 번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아빠 캠핑이 가장 큰 행사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력 비행기 날리기 대회나 아빠들만 참여하는 목공 수업 등도 운영된다. 엄마 모임이 익숙한 세상에서 '아빠 모임'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모임은 아빠들 스스로 '아빠로 살아가는 삶'을 단단하게 연결 짓는 시간처럼 보였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아빠 모임에 '카약' 소모임이 생겼다고. 평소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며칠씩 고민을 거듭하던 그가, 며칠 후 덜컥 중고 카약을 사 들고 집에 들어섰다. ('덜컥'이라고 표현했지만, 사기 전 내게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기는 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을 생각하면 다소 빠른 결정이긴 했지만, 전혀 뜬금없는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동안 조용히 품어온 바람이, 그날 문으로 들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그가 들고 온 카약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었다. 오래 기다린 장난감을 처음 받아든 것처럼, 쉰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반짝임이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새로운 토요일이 시작되었다. 카약은 가족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고, 토요일 아침은 자연스럽게 북한강의 조용한 물가에서 열리고 있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날씨를 확인하고서, "맑다!" 싶으면 대충 눈곱만 떼고 강으로 향한다.


첫 날엔 강물에 배를 띄워 앉는 것부터가 조심스러웠다. 평형을 잡지 못해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모두 꺅꺅 소리를 질렀고, 몸은 물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고로 이번에 산 우리 카약은 '휴대용 접이식'으로, 펌프로 바람을 넣는 방식이다. 접으면 여행용 캐리어처럼 부피가 줄고, 무게는 약 20kg 정도다. 여행 중에도 어렵지 않게 가져가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하나 더해졌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남편다운' 그리고 '우리다운' 선택이었다.


오전 7시, 그날도 눈을 뜨니 파란 하늘이 우릴 반겨주었다. 하지만 강가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어졌고, 결국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날씨도 꽤 쌀쌀했고... 이대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남편이 카약에 바람을 넣으며 말했다.


"오늘 굉장히 특별한 광경을 볼 수 있겠는걸!"


배를 띄우고 나자 신기하게도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고, 나는 우리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자연과 얼마나 멋지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강의 풍경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잔잔한 물살 위로 아침 햇살이 실처럼 흘렀고, 안개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강줄기를 어루만지다 이내 사라졌다. 우리 앞에 드러난 북한강은 숨 막힐 정도로 고요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풍경이었다. 물 위엔 나뭇가지 그림자가 뚜렷하게 드리워졌고, 강 건너편 능선은 안개 사이로 실루엣만이 또렷하게 솟아 있었다. 그 능선 위로 날아오르던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는 낯설고도 선명하게 마음을 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햇살은 물 위에 부서지고, 물안개는 슬그머니 몸을 뒤로 숨겼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물살은 발아래에서 잔잔하게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몸은 노를 젓는 힘찬 리듬에 싣어지고, 머릿속은 점차 비워진다. 이건 단순한 주말 취미가 아니었다. 마음의 숨을 고르게 해주는 일,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였다. 삶의 긴장감이 물속으로 빠져나가고, 웃음과 숨소리만이 남아 있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흐르는 강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북한강은 매주 토요일마다 가족이 함께 뭉치는 시간의 강이 되었다. 노를 젓는 동안, 우리는 함께 나아갔고, 함께 멈췄다. 그렇게 우리의 새로운 쉼을 강 위에서 만끽 중인다. 남편과,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토록 다정하고 단단한 리듬으로 주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