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당신이 가장 '나답게' 쉬는 때는 언제인가요?
세상이 가장 바쁜 날,
나는 가장 느슨해진다.
사람들은 보통 월요일을 싫어한다. 주말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피로가 몰려오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출근 준비와 다시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톱니바퀴에 마음이 무거워진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내겐 월요일이 가장 편안한 날이다. 모두가 힘들다는 그 시간, 나는 비로소 숨을 쉰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은 아직 늦잠을 자는 조용한 오전, 집 안에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커피를 내린다. 창문 너머 아침 햇살이 벽에 스며드는 그 순간을 온전히 나로만 채워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살짝 놓인다. 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다.
오랫동안 남들처럼 살았다. 아침이면 일어나고, 밤이면 잠들며,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출근해야 하는 삶. 웹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나는 9시에 출근해 퇴근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웹에이전시에서 7년을 보냈다. 결혼과 함께 남편과 414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다시 이력서를 쓰고, 다시 면접을 보고,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여행의 여운이 남아 있었지만, 익숙한 루틴의 프레임 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책이 나왔고,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조금씩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해진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 여행작가라는 삶. 처음엔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었다. 하지만 그 자유 이면엔 책임이라는 이름이 나를 따라다녔다. 시간은 있지만 늘 쫓기고 있었고, 일은 있었지만 경계가 없었으며, 일상은 느슨했지만 마음은 전쟁통 같았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을 놓지 않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출근하는 엄마들은 “시간이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했고, 전업맘들은 “일을 계속하니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자유의 무게가 얼마나 묵직한지, 경계 없는 삶이 얼마나 고독한지에 대해. 프리랜서 워킹맘이라는 이름은 듣기에 멋져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애매한 삶이었다. 일터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고, 퇴근도 없는 하루들.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하루를 끊어 써야 하고, 밤이 깊은 뒤에야 내 일이 시작되는 날들이 반복됐다. 회사에 속하지도 않고, 집안일만 맡지도 않는, 경계인 같은 삶. 워킹맘 모임에선 나를 ‘전업맘’처럼 보고, 전업맘 모임에선 나를 ‘워킹맘’처럼 여겼다. 그래서 늘 어딘가 떠 있는 기분이었다.
공감받고 싶었다. 그냥 "나도 힘들다"는 말을 했을 때,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나는 내 감정을 감췄고, 그러다 점점 나 자신에게도 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헤맸다. 프리랜서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자유를 줬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안겨주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자랐고, 나는 어느새 내 삶의 루틴을 다시 짜고 있었다. 5년째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은 매주 토요일에 업로드라 금요일과 토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 되었다. 여행 기록을 영상으로 만들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자막을 달고, 썸네일을 고민하며 마지막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정신없이 움직인다. 영상이 무사히 올라가고 나면, 일요일엔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며 숨을 고른다. 그리고 월요일.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는 그 시간, 나만의 주말이 시작된다.
"이번 한 주도 수고했어. 이제 좀 쉬어도 돼."
그 조용하고 따뜻한 월요일 오전이 내게 말을 건넨다.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남들 눈에 보이는 대단한 성취나 결과가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 월요일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게 다르게 흘러가는 루틴 속에서, 나는 이제서야 온전히 나만의 삶을 인정하게 되었다.
토요일은 모두의 것이지만, 월요일은 나만의 것이다. 누구에게나 토요일이 있다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겐 월요일이 토요일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렇다. 내 토요일은 월요일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