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조 Oct 30. 2022

8. 두 번째 부스, 헝가리

헝가리안 브레드라고 들어보셨나요?

호주에서는 주말마다 길거리 장터가 빈번하게 열린다. 우리 동네 근처에선 일요일마다 선데이 마켓이 열렸고 매주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신선한 과일, 꽃, 유리병에 담아 파는 시원한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빈티지 수제 목걸이 등등. 

장터 입구에서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공간의 활기찬 에너지에 몸을 맡긴 채 이것저것 구경할 때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다.



선데이 마켓에는 맛난 먹거리들도 많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새로운 음식을 사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쇼핑몰의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메뉴를 골랐다간 입맛과 돈만 버리게 되겠지만, 마켓에선 대박을 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중 최고의 대박은 단연코 헝가리안 브레드라 말할 수 있다.

유독 한 푸드 트럭 앞이 인파로 붐비길래,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한 번 먹어보지 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내 앞에 서있던 사람과 똑같은 걸 주문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먹는 내내 이미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분께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기름에서 넓적하게 튀겨낸 빵 위로 사워크림, 살사, 치즈가 듬뿍 올라간 것이었는데, 살사에 들어간 토마토와 적양파 상큼하고 톡 쏘는 개운한 맛, 사워크림의 새콤하면서도 농후한 맛, 그 위에 뿌려진 치즈의 고소한 맛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쫄깃쫄깃하고 빵과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 활기찬 축제와도 같은 맛이었다.


이 푸드 트럭에서는 헝가리안 브레드와 함께 스타 도넛이라는 것도 팔았는데, 이건 별 모양으로 튀겨낸 도넛을 바닐라 설탕이나 시나몬 설탕 위에서 돌돌 굴린 뒤 내어주는 것이었다. 이건 솔직히 그냥 그랬다. 

그런데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맛이 없어도 별 모양이고 귀엽잖아. 맛이 좀 별로여도 뭐 어때.



까다로운 미식가에게 음식을 꼭 대접해야 한다면 마켓에서 해보시라. 

마켓의 활발하고 유쾌한 분위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람의 혀와 마음을 너그럽게 녹여내는 마력이 있으니까.

이전 07화 7. 월드 식품박람회 같은 나라, 호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