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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 Oct 30. 2022

9. 그렇다면 호주의 맛이란 뭘까

비트가 들어간 햄버거와 감자튀김 샌드위치? 괴식 월드컵인가요?


호주의 식문화가 다른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호주 고유의 식문화와 음식들을 만들어낸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는 많이들 아는 베지마이트, 팀탬, 래밍턴 같은 것이 있지 않던가. 파블로바도 있다. 바삭하게 구워낸 머랭에 패션후르츠 소스와 생크림, 그리고 신선한 과일을 듬뿍 올려낸 것이다.


하지만 사실 호주는 완벽하게 새로운 음식을 창조해내기보단 기존에 있는 음식에 호주의 감성을 끼얹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가령 햄버거에 비트루트를 끼워 넣어 먹는 식으로 말이다. 

비트루트 햄버거를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은 좀처럼 잊을 수 없다.

햄버거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한 마젠타 빛깔의 축축하고 물컹한 것을 씹었을 때의 심경을 서술하시오. 결국 몇 입 먹다 말고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만 야금야금 먹었더랬다.



마침 감자튀김 이야기도 나왔겠다, 시니어 스쿨 때 동아리에서 자주 해 먹던 "감자튀김 샌드위치"를 소개할 차례다. 나는 학교의 잡지를 만드는 동아리 소속이었다. 일찍이 포토샵을 잘 다룰 줄 알았고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진로를 저널리스트로 삼는 게 어떠냐 권유받았을 정도로 글 쓰는 것도 좋아했기에 나와 정말 딱 맞는 동아리였다.


게다가 이 동아리는 약간 권력(?)도 있어서, 동아리 시간에 학교 밖에 나가 간식거리를 사 오는 것도 가능했다. 꽤 오래전부터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아리에는 동아리 고문 선생님의 주도 하에 몇 년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전통의 간식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감자튀김 샌드위치"였다. 



"감자튀김 샌드위치라니, 그런 괴식을 호주에서는 돈을 받고 판다고?"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 물음에 답하자면, "그런 걸 호주에선 돈을 받고 팔지 않아요."다.


그럼 도대체 이 감자튀김 샌드위치를 어떻게 먹었느냐? 동아리실에서 만들어 먹었다. 

제조법은 이러했다.



학교 앞 슈퍼마켓에서 커다란 감자튀김, 식빵 한 봉지와 커다란 탄산음료 한 병을 구매한다. 

식빵은 반드시 부드러운 하얀 식빵, 감자튀김은 꼭 치킨 솔트가 뿌려진 것으로. 

토마토소스가 필요하다면 이것도 마켓에서 함께 구매한다.

그럼 완성이다!



아주 간단하고 저렴하면서도 맛있어서 동아리실에서 정말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이 감자튀김 샌드위치 자체가 호주 고유(?)의 레시피란다. 

식빵 두쪽에 케첩을 발라 먹는 소스 샌드위치 (Sauce Sanga)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서 깊은 요리라고. 

정말 호주답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래서 다른 나라 식당들이 장사가 잘 되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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