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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 Oct 30. 2022

10. 호주에서 처음 먹어본 생선 피자?!

하지만 이건 괴식이 아니라고요


호주에서 처음 먹은 피자는 우리 동네의 도미노 피자였다.

화요일마다 피자 한 판을 사면 한 판을 더 주는 'Two for Tuesday' 행사가 있기에 두 판을 사서 가족들끼리 함께 나눠먹었었다. 그런데 피자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강렬한 소스의 맛이 다른 재료들의 풍미를 모조리 덮고 있던 까닭이었다. 도우가 뻣뻣한 것도 한몫했고.

행사 기간이라 직원들이 바빠서 그랬나 싶어 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도 먹어보았지만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미노가 문제인가? 싶어서 피자헛에서도 주문을 해 먹어보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계속해서 맛없는 피자를 먹다 보니 자연스레 피자에 대한 마음이 식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생일마다 피자를 먹자고 졸랐던 나였는데, 그 과거가 무색하리만치 나는 피자를 찾지 않았고 실제로 1년 넘게 피자를 먹지 않고 지냈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의외로 쉽게 맘이 떠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엄마께서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피자집이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 피자집은 밀튼(Milton)이라는 동네의, 어째선지 유럽풍으로 꾸며진 세련된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그런데 가게 자체는 전혀 세련되지 않았다. "Best Pizzeria in Brisbane"이 적힌 커다란 현수막, 벽을 가득 채운 상장, 비닐 재질의 체크무늬의 테이블보는 솔직히 말해서 좀 정신 사나울 정도였다. 


'이제 나는 딱히 피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우리 동네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이런 어수선한 곳까지 와서 피자를 먹어야 하지?' 싶은 마음에 나는 메뉴판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어차피 호주의 피자에 대한 기대는 버린 지 오래였고, 이 가게의 조잡한 분위기로 미루어보건대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아마 이때 나는 사춘기를 앓고 있었던 것 같다.


호주 피자의 연이은 배반, 1년간의 내외, 거기에다가 사춘기 특유의 까칠함까지 더해져 삐뚤삐뚤하기 그지없던 나의 생각은 피자가 나오는 순간 보기 좋게 배반당했다. 피자의 비주얼이 압권이었다. 동그란 원형 모양의 피자가 아니라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피자였는데,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알고 보니 25센티, 50센티, 1미터 단위로 주문을 하는 거였다. 우리는 50센티를 두 판 주문해서 1미터짜리의 피자가 서빙된 것이었다. 나는 그 어마어마한 위용에 압도당해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쿨함도 잊고 입을 떡 벌린 채 그 피자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냥 크기만 큰 것이 아니었다. 토핑이 정말 푸짐했다. 한 판은 바비큐 치킨 피자였는데, 큼지막한 닭고기가 치즈 위에 듬뿍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판은 '마리나라(Marinara)'피자로, 바라문디(흰 살 생선, 농어 같은 것), 칼라마리, 관자놀이, 새우가 잔뜩 올라간 시푸드 피자였다. 시푸드 피자는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새우와 게맛살이 올라간 거였지, 이렇게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생선이 피자 위에 올라가다니. 이상한 조합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담백하고 촉촉한 바라문디는 피자와 정말 잘 어울렸다. 


나는 이 날을 계기로 다시 피자를 향한 내 사랑을 재확인하고, 틈만 나면 밀튼 피자집에 가자고 엄마 아빠를 졸랐다. 역시 한 번 사랑한 것은 쉽게 떠날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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