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만난 이건희컬렉션

시대 유감

by 유지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작년 4월에 2024.4.23~7.21에 열렸던 '이건희 컬렉션-시대-유감'을 다녀왔다. '이건희 컬렉션'은 고 이건희 회장이 개인 소장하던 미술품 컬렉션으로, 삼성일가가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3,000점을 말한다. 규모만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재, 미술품 국가기증 사례로 기록된다. 거장들의 작품이 많은 만큼 한 번쯤 가고 싶었는데 서울에선 그 기간을 놓쳤었다. 운이 좋게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아홉 번째 이건희 컬렉션 '시대, 유감'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순회전이 열려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을 볼 수 있었다.


이후 2024.6.4~8.18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도 이건희컬렉션을 열었는데 이는 안타깝게 가지 못했다.

이건희 컬렉션이 열린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시 연동에 위치에 있는데 도립미술관인만큼 다양한 전시가 꾸준히 개최되며 외관이 무척 아름다운 편이다. 외관에는 반사연못이 있어 미술관이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디오 도슨트로 작품설명을 들었다.

큐레이터분은 없었는데 QR을 찍어 오디오 도슨트로 작품 설명을 들었다. '시대 유감' 전시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전을 열었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서양화 전시도 있지만 이번 전시의 테마는 한국 근현대미술이다. 20세기 한국의 미술을 담고 있었다.


20세기 초의 우리나라 미술은 일본을 거쳐 여러 미술사조가 들어온 시대라고 한다. 그런 시대의 우리나라 대가들의 작품을, 한 군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뜻깊었다. 미술에 깊은 조예는 없지만, 유명한 작품 들인 만큼, 교과서나 다른 미술관에서 봤던 화가의 작품들을 보고 반가웠다.

노수현<망금강산도>, 이상범<화훼절지 종이에 수목채색 10폭병풍>, 이상범<산고수장>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전통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일본화풍에서 탈피하고 한국적인 회화를 정립하는 동시에 서구적 조형성을 가미하려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모아서 가져와 봤다. 각각 1940년 노수현 <망금강산도>, 1960년 이상범 <화훼절지 종이에 수목채색 10폭 병풍>, 1960년 이상범 <산고수장> 작이다.

홍종명,<내면의 형상화>

홍종명의 <내면의 형상화>는 추상적 형태와 색채를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내가 예술적 감수성이 없어서인지 현대미술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복잡한 감정들을 형상화한 것 같다.

2. 도상봉<라일락> 3. 오지호<여수항 풍경>

아쉽게 작품 사진은 많이 못 찍었다. 브런치에 올릴 생각을 하고 찍은 사진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 사진들은 내가 좋아한 작품 순이 아니다.

김창열, <회귀>

김창열의 작품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현대미술 작가는 몇 없었는데 이중섭, 박수근, 김창열을 알고 있었다. 그중 이중섭 작품은 어렸을 때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었고, 김창열 작품은 최근 제주도 김창열 미술관에서 봤었다.


개인적으로 김창열의 작품이 가장 좋았다. 현대미술은 난해하지만 김창열의 물방울그림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예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른쪽 사진은 전화받는 모습이 아니다. 이어폰이 없어서 오디오 도슨트를 나만 들을 수 있는 볼륨으로 해 놓고 들었던 것이다.

조각품전시도 있었다. 미술관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작품들도 화려하기보다는 차분한 느낌이었다.

작품들

미술전문가가 아니어서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배경지식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미술작품들'이 모여 있다는 이건희 컬렉션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성취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


한국의 시대를 담은 예술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서, 한국 문화의 역사와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시가 지속적으로 펼쳐져,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이건희 컬렉션을 관람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도립미술관이 워낙 큰지라 야외공간도 있고, 다른 전시도 열고 있었다. 지금은 아마 다른 전시를 하고 있을 텐데 건물도 예쁘고 유명한 전시가 많은 도립미술관을 추천한다.


제주는 예술의 공간이 참 많아 마음만 먹으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 시와 도 자체에서 운영하는 다른 곳들을 소개한다. 매우 저렴하고 무료공연도 있다.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전래동화 심청을 발레로 표현한 공연을 봤다.

한 시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고전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부모님은 제주도에 내가 없을 때 이곳에서 금난새 오케스트라 무료공연을 보셨다.

이 외에도 제주 아트센터도 있고 여러 도에서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제주는 예술이 함께하는 지역인 것 같다. 제주도 예술의 공간은 예술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장소로, 이곳에서 제주만의 독특한 미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예술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와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이 결합된 순간들을 마음에 새기며, 이 공간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장소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