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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김성모 베이커리

by 선인장 Feb 23. 2025

6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출근시간이 다른 직종들보다 빠른 편이다. 평소 근무시간은 오전 7시~오후 4시다. 하지만, 대량 주문이 들어오거나  연말이 되면 야근하는 경우가 잦아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김성모 베이커리'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명장 빵집으로 타 지역에 2개의 분점과 일부 백화점에 입점 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20명이 채 안 된다는 제과명장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갖고 이곳에 취업한지 1년 6개월정도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 프차 베이커리에서 3년을 근무했었다. 여전히 박봉에 몸은 축나는데, 나의 실력이 늘고 있긴 한 건지 문득문득 의구심이 든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제빵사들은 이미 환복을 끝낸 후 빵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제과 담당이라서 출근시간이 상대적으로 조금 늦다. 현재 제과 업무를 할 뿐이지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을 포함한 대부분의 제품 레시피는 숙지하고 있다. 환복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쳤다. 뒤돌아보니 동기 찬혁이었다. 찬혁이는 나와 달리 출근 전 수영을 하고 올 정도로 자기관리에 열심인 놈이다. 그 잘생긴 얼굴로 아아를 내밀었다.


-마셔, 네 것까지 사 왔어.

-잘 마실게. 안 그래도 마시고 싶었는데.

-오늘 야근한다며

-응. 제빵 파트 친구가 좀 바꿔달라고 해서, 나도 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

-몸 생각하면서 해라. 

-알았다. 수고해.



환복을 끝낸 후 작업장으로 향했다. 8시 오픈에 맞춰 샌드위치, 식빵 등 상품이 하나씩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음료 파트도 머신기 예열 및 원두 보충 등 분주함이 느껴졌다.


나는 휘낭시에, 까눌레, 마들렌, 스콘 등 구움과자를 담당하고 있다. 종류가 많다 보니 만들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제빵 파트 야근 근무는 익일 아침에 빵을 바로 구울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놓는 작업을 한다. 천연 발효종 르방을 이용해 만드는 빵들이 대부분이다. 소화도 잘되고 빵 특유의 향과 감칠맛도 나기 때문에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쫄깃한 식감 때문에 나도 사워도우빵을 좋아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야근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매장을 나왔다. 시간은 어느덧 10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한동안 일을 하기 힘들 정도로 팔, 손목의 통증이 너무 심각했다. 정형외과에서 주사치료, 물리치료, 충격파 치료로 인해 그나마 통증이 나아졌는데, 계속 사용하다 보니 최근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욱신거리는 팔목을 주무르며 집으로 향했다. 



이 늦은 시각 집 앞 카페가 아직 영업 중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아도 살 겸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안에는 사장님과 저번에 봤었던 사장님 동생분이 카운터 뒤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많이 분주해 보였다. 일에 몰두하고 계셔서 그런지 내가 들어온 걸 모르시는 것 같았다. 


사장님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인사를 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사장님은 이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지금 퇴근하시는 거예요?

-네, 사장님도 퇴근이 늦어지시는 것 같은데요

-제빙기 청소 중이에요. 

-아아 주문하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이미 머신기 청소가 끝나서 아쉽지만 오늘은 끝났습니다. 더치커피는 가능한데, 어떠세요?

-아니요, 더치커피는 안 맞더라고요. 다음에 올게요.

-네, 죄송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카페를 나와 이내 사지 못한 아아가 아쉬워서, 골목 초입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용량의 아메리카노를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문을 여는 순간 더운 공기로 숨이 확 막혀왔다. 곧바로 에어컨을 틀고,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얼음이 없어 아쉬웠다. 얼음을 좀 만들어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샤워 후에 마시기 위해 반 정도 남은 음료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샤워를 위해 욕실로 향했다. 먼저 입던 옷을 모두 벗어 빨래 바구니에 던져놓았다. 샤워를 끝낸 후 거울에 비친 몸을 보고 '이렇게까지 살이 쪘었나'하는 놀람과 한숨이 교차했다. 잦은 야근으로 헬스장을 못 간지도 오래되었다. 퇴근시간도 늦을뿐더러 몸이 피곤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오느라 바쁘다. 손목 통증이 치료 후에도 계속 지속되다 보니 최근에는 순간순간 건강이 걱정되었다. 이러다가 건강염려증이 생기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서 반 정도 남은 아아와 레인지에 데운 피자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건강을 위해서 이런 식습관도 바꾸어야 할 텐데 하는 짧은 고민 후 피자를 입에 넣었다. 얼마나 오래 냉동고에 있었는지 냉장고 냄새가 확 올라왔다. 먹던 피자를 뱉어 남은 피자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은 후 이를 닦았다. 이번 휴일에는 꼭 냉장고 청소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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