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아이 바로 들여다 보기
나는 아이 낳기 싫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별이와 빛이를 얻은 지금도 주위에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면 “왜?”라고 묻는다. 삼신할머니가 지어준 인연이 아닌 한 굳이 가족계획을 세워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 아이 낳기 전에 아내와 가족계획으로 대립할 때 나는 갈수록 험해지는 흉악 범죄, 각박한 사회문화, 불평등 사회, 초고령화, 고물가 시대 등 거시적인 사회 문제를 들어 아이 낳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내가 바르게 아이를 키워봤자 막 돼먹게 자란 아이들이 싼 똥 치우느라 바르게 잘 큰 내 아이만 더 힘들 것이라 주장하며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완고한 아내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내가 아이를 낳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컸다. 지금도 똑같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물건의 가격을 따져 사야 했다. 무슨 물건이든 제일 싼 것부터 찾아야 했고, 외식도 중학생이 되어서야 두세 달에 한 번 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부터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취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다. “당신께서는 가진 것도 없으면서 왜 나를 만드시고, 왜 이토록 힘든 세상에 나를 보내어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는 겁니까?”하고 부모님을 많이도 원망했다. 부모님의 선택으로 태어났지만, 나와 아내의 선택으로 부모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나와 아내의 선택으로 나온 아이들이니, ‘보란 듯이 내 부모와는 다르게 키우겠다.’, ‘보란 듯이 인성, 지성, 신체 등 나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부자로 키우겠다.’ 이런 욕심이 커지면서 부담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선순환인지 악순환이지 몰라도 나는 부담감에 짓눌릴수록 그 부담감을 벗어나기 위해 더 발악했다. 나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루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아이들을 나보다 더 뛰어난 인격체를 가진 지성인으로 키우기 위해, 유달리 돈에 대해 젬병인 나와 다르게 아이들은 부자로 만들기 위해 나 또한 격을 갖추어 지금과는 다르게 변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 낳고 약 2년 동안 먼 미래를 좇으며 별의 별일을 다 해봤다. 잠을 줄이고 일주일에 기본적으로 육아서, 인문서, 경제서 각 1권씩 총 3권의 책을 읽으며, 난생처음으로 주식과 코인 투자도 해 보고, 유튜브도 해 보고, 인스타그램 부계정도 만들어 나를 홍보하기도 해 보고, 인터넷 쇼핑몰도 해봤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스스로를 가만 두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발을 멈추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돌아보니 참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했던 노력 덕분에 나는 많이 성장하고 많이 배웠다. 하지만 ‘아이를 잘 키우겠다.’, ‘나도 그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매몰되어 목적을 잊은 채로 그저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정신 빠진 비렁뱅이가 되어 있었다. ‘진짜 행복은 그 행복을 이루는 과정마저도 행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아무리 성장하여, 아이들을 나보다 잘난 존재로 만든 들 그 과정이 고달프고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의 아이들이 신체적, 인격적, 지적으로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난 부자가 되는 것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별이와 빛이 그리고 나와 나의 아내,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의 생각이지 나의 아이들 별이와 빛이의 생각은 아니다. 나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나와 다를 수 있다. 결국 목적을 잃고 수단만을 쫓는 어리석은 천둥벌거숭이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생각을 시작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무(武)의 정수(精髓)는 정권(正拳)이라고 한다. 화려한 손기술, 발기술을 터득하여 고수의 반열에 오르더라도, 결국 득도하여 정수를 이루는 것은 초심으로 돌아와 기본에 충실한 단 하나의 정권이라고 한다. 아이 낳고 2년 동안 나는 10년 뒤, 20년 뒤의 먼 미래의 앞만 보며 조급하게 달려왔다. 이제 좀 내려놓고 10년 뒤, 20년 뒤의 아이들이 아닌 그저 현재의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바라봐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미래를 준비는 하되, 너무 미래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시 오지 않을 현재만의 행복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쉽고 기본적인 것을 진정으로 깨닫기까지 2년이 걸릴 정도로 어려웠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다. 그만큼 인간은 무언가에 매몰되면 잘 넘어지고, 잘 길을 잃으며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데에 오래 걸리는 비효율적인 존재인 것 같다.
우리가 무언가에 매몰되어 넘어지고 길을 잃는 것은 항상 중심과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나의 중심과 초심을 담아두려 한다. 아이 낳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아이 낳고 약 2년 동안 내가 느꼈던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 올바른 부모의 역할,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받아들이는 부모의 마음을 정리해서 기록해두고 나의 등대로 삼으려고 한다. 내가 무언가에 매몰되어 넘어지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이 등대가 나에게 길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