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 나서 생각과 관점이 참 많이 바뀌었다. 그중 평등에 관한 생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아이 낳기 전엔 재분배 정책, 낙수효과 이런 말에 굉장히 공감을 많이 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사회 취약계층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게 되었다. 성장하여 자립하려는 의지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으며 말뿐인 의지만 가진 이들에게까지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퍼주다가는 다리가 머리를 잡아끌고 들어가 사회 전체가 가라앉는 꼴이 발생할 수 있다.
요는 상황과 현실 탓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성장하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 관점이 변하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사회가 부조리하다 불공평하다며 투덜대기를 그만두고, 묵묵히 나 스스로 위로 올라가기 위한 혼자만의 신분 상승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요새는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 한다. 의사의 아들은 의사가 되고, 판검사의 딸은 판검사가 된다고 한다. 아이 낳기 전이었으면 더러운 세상이라고 했을 테지만, 부모라면 물심양면으로 자식이 잘 되게 돕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 마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부모의 스펙이 자식의 스펙이 되는 시대가 온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입시 비리 같은 기회의 평등까지 헤치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다. 하지만 부모라면 자식이 훨훨 날아갈 수 있게 높은 발판이 되어 줘야 한다. 나는 이것을 발판론이라고 이름 짓고 이 발판론이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사명이고, 내가 홀로 신분상승의 길을 택한 이유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1층에서 뛰는 사람은 낙하산을 펼칠 시간조차 없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뛰는 사람은 떨어지기는커녕 상승기류를 타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
이 사례처럼 부모가 스스로 발판이 되어 우리의 아이가 상승기류를 타고 수월하게 더욱 높은 곳을 향할 수 있게 끊임없이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사명이다. 우리 욕심에 낳은 아이들이 좀 더 순탄한 인생을 살게 미리 길을 닦아 놓아야 한다.
이런 발판론을 부모의 사명으로 잡고 생각해봤다. 지금의 내가 애들에게 물려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미래에도 내가 우리 쌍둥이 별이와 빛이에게 물려줄 자산이 많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봤다. 내가 생각해낸 답은 하나였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부모라도 노력만 한다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다.
나는 항상 스스로 높은 곳에 위치한 발판이 되기 위해 닭이 되면 안 된다고 한다. 닭이 되면 장성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늙어 썩어가며 죽거나 잡아먹히기를 기다리는 상태인 것이다. 닭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다. 닭이 되었다면 다시 달걀로 돌아가 껍질을 부수고 나와 병아리가 되어 다시 닭이 되기 위해 달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부모라면 응당 정점을 찍었다 싶으면 다른 분야로 진출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게 경험을 축적하는 정석이고 그 경험을 쌓는 것이야 말로 높은 발판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단 한 번, 뭐든지 그 단 한 번이 그렇게 어렵다. 닭이 달걀이 되고, 그 껍질을 깨는 그 단 한 번의 과정만 이겨내면 다음부터 새로운 달걀이 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다.
나는 아이 낳기 전에는 집, 회사, 공원만을 다니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말에도 아내와 나들이도 잘 가지 않았다. 이미 죽기를 기다리는 닭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발판론을 세운 뒤로는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난 원래 돈에 관심이 없었다. 월급 명세서 상세 내역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그저 실수령액만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닭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돈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달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식을 공부하고 코인을 공부하며 달걀 껍데기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도 해보며 병아리가 되었다.
그다음에는 책에 ‘아이들 손을 잡고 야시장에 데려가 보라’는 내용을 읽고, 바로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보았다. 주식과 코인을 하며 한번 닭이 달걀이 되는 과정을 겪어서인지 다음에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는 것은 쉬웠다. 그 이후 유튜브도 해보고, 인스타로 퍼스널 브랜딩도 하고, 육아 관련 민간자격증들도 따 봤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닭이 다시 달걀이 되고 그 껍질을 깨고 나와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이다.
물론 내가 도전한 일이 전부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패했다고 다 같은 실패가 아니다. 그 실패는 경험이 되어 나의 자산이 되었다.
재테크 공부를 하며 노동만이 답이 아니라며 돈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점이 변하게 되었고, 인터넷 쇼핑몰을 하며 사업의 개념과 기획,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유튜브에서 그 기획력을 살려 콘텐츠를 만들었고, 인스타 퍼스널 브랜딩으로 마케팅을 경험해보며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는 경험을 했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패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성공한 경험이던 실패한 경험이던 모든 경험은 나에게, 나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도전하라. 단 한번, 그 단 한 번의 도전이 나를 바꾸고 나와 나의 아이를 더욱 높은 곳으로 보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