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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아빠 Aug 31. 2022

부모의 사랑을 먹고 크는 아이 마음

아이가 넘어졌을 때는 바로 달려가면서
왜 마음의 상처는 바로 돌보지 않는가?

책을 읽다 이 문구를 보고 심장을 한 대 맞은 듯했다. 열심히 공부해봤자 뭐하겠는가. 나는 헛똑똑이였다.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잔뜩 교육열이 오른 나는 벌써부터 젖먹이 아기인 별이와 빛이를 몰아넣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의 육아 모토는 절대적 안정과 상호 간 신뢰 형성이었다.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10달 내내 따뜻하고 안락한 엄마 뱃속에서 탯줄로 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던 아기가 영문도 모른 채로 강한 빛과 소음이 가득하고 춥고 울타리가 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놓이게 된 것이다. 그뿐인가? 이제 폐로 숨을 쉬어야 하고, 식도로 젖을 삼키고 넘겨야 한다. 아기에게는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갓 나온 아기는 '왜 날 내 보낸 거야?'하고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세상에서  아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 믿음으로 아기는 안심할 수 있다. 신뢰는 엄마의 뱃속 같은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안정을 도모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나는 별이와 빛이의  절대적인 안정과 상호 간 신뢰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별이와 빛이의 안정을 위해 강아지들은 한동안 베란다 생활을 했다. 그리고 제대로 알아야 대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워 별이와 빛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먹는 패턴, 먹는 양, 수며 패턴, 수면량, 건강상태, 성격, 감정, 심리상태 등 눈에 보이는 건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관찰하고 기록했다. 제때 알맞은 대응을 해주어야 안정하게 되고 신뢰가 형성이 될 것이다.


신뢰라는 것은 상호 간의 예측가능성이다. 너도 예측 가능하고 나도 예측 가능하고 실제로 서로가 예측한 대로 결괏값이 나와야 제대로 된 신뢰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다.  별이와 빛이를 관찰해보니, 별이와 빛이는 2시간마다 배가 고프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나는 별이와 빛이가 2시간 주기로 배가 고프다고 예측을 하고 밥을 잘 먹고 만족해하는 것을 기대한다. 그 예측과 기대를 가지고 별이와 빛이에게 2시간마다 밥을 주면 별이와 빛이도 2시간마다 밥이 들어온다고 예측을 하게 되고 배가 불러 만족하기를 기대를 하며 밥을 먹을 준비를 한다.  이런 상호의 기대가 일치하고 실제로 만족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신생아기부터 열심히 관찰하고 아이들의 안정을 열심히 찾아 준 덕에 신뢰 관계는 잘 형성된 거 같다. 안정이 필요할 때는 엄마보다 아빠를 찾는 별이와 빛이를 볼 때면 뿌듯하다.




아이들과 신뢰관계는 잘 맺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시기에 나의 사랑은 많이 부족했던 거 같다. 아이들을 보면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사랑의 필수 요소인 정서교류와 공감이 그렇게 어려웠다.


나는 육아 시기를 영아기, 유아기, 학령기, 청소년기로 나누어 본다. '영아'란 만 2세까지의 젖먹이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이 시기에는 안전과 관련된 훈육 외에는 딱히 훈육할 것도 없다. 그저 이뻐해 주고 물고 빨고 해주는 게 최고인 시기이다. 이 시기에 더욱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유는 목도 못 가누던 아기가 한 돌 때쯤 걷기 시작하고, 18개월 경부터 뛰다시피 할 정도의 신체 발달이 일어나고, 한 몸인 줄 알던 엄마와 분리되어 자아를 형성하며 자아 중심적 사고를 갖기 시작하며 나를 표현하기 위한 말이 트이기 시작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의 씨앗이 발아하는 시기이다. 강하고 건강한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따스한 햇빛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처럼 영아기에는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자아 존중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그저 사랑으로 충만하게 해 주어야 그 온기와 에너지를 가지고 자아존중감이 충만한 성인이 되어 자아실현을 위해 달릴 수 있다.  


그래서 아동발달 학자들은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이 시기에 충족되지 못한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강기(1세 무렵)에 물고 빠는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 술, 담배, 욕설 등 다양한 형태로 입과 관련된 문제가 나타난다고 한다. 배설물의 보유와 배설에서 쾌감을 얻는 항문기(1~3세 무렵)에 너무 깨끗하게 관리된 아이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으로 자란다고 한다.





머리로는 이런 지식과 공감과 정서교류의 중요성, 공감의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알고 있어도 실제로 행하지 않거나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진짜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짜로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별이와 빛이는 37주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나서인지 나를 닮아서 그런 건지 굉장히 예민했다. 그래서 참 많이도 울었다. 예민한 아이들이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더 많이 움직였다. 그런데 밥을 먹여 배를 불려도, 기저귀를 갈아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잠을 잘 재워도, 건강한 상태여도 엉엉 울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 별이와 빛이를 볼 때면 마치 울음소리가 멎지 않는 벽돌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소통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고 도무지 왜 우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그저 ‘영아산통이나 원더윅스겠지.’ 하고  무작정 외우듯이 되뇔 뿐이었다.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니 당연히 정서교류가 되지 않아 별이와 빛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어려웠다. 마치 납득하지 못한 채로 사과하는 것과 같은 꼴이었다. 아기들은 6개월까지 엄마와 한 몸인 줄 알고, 신으로까지 여긴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아빠의 억지 공감을 못 알아챘을 리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서운했을 거 같다.


그래도 나와는 달리 감성이 풍부한 아내는 소통이 되건 말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나도 아이들이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내 목소리와 표정 등에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며 뒤늦게나마 정서교류가 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며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되자 자연히 절로 공감이 되고 감정이입이 되었다. 덕분에 한 돌이 지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나는 별이와 빛이 때문에 화나거나 답답한 적이 한 번도 없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며 사랑이 넘치는 나날을 보내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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