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아빠 Aug 25. 2022

나를 위한 육아 공부

좋은 아빠 되시겠네요!

좋은 아빠 되시겠어요!

아내의 임신 초기부터 내가 회사에서 짬짬이 육아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동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덤덤히 말했다. "나 살자고 하는 공부입니다."




나에게는 별이와 빛이 보다 먼저 둔 자식들이 있다. 바로 우리 집 반려견 로이와 흰둥이다. 홀로 부산에서 객지 생활을 하던 나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큰 위안이 되어준 녀석들이다.

녀석들을 처음 만난 건 유기견 보호소였다. 떠돌이 어미와 함께 굴다리 밑에서 구조된 흰둥이를 데리고 나오려는데 로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게 바로 간택인가? 사랑을 갈구하는 파양견 로이에게 무너진 나는 결국 예정에서 벗어나 두 마리나 식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동물을 다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감정이 풍부한 강아지가 단연 일등이었다. 처음 강아지를 기른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학원 갔다 돌아오니 작은 이모가 계셨다. 나의 생일은 추운 겨울인데 이모가 덮고 있는 무릎 담요에 검은 물주머니 같은 것이 하나 꼬물대고 있었다. 이모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나의 생일 선물로 준비해 오신 것이었다. 그날 나의 첫 강아지와의 만남은 너무 벅차올라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잠시 하늘을 날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이 작고 여린 것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고민했다. 고민하다 보니 나는 정서교감도 좋지만, 마냥 이뻐만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거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이쁘다고 내버려 두면 버릇없어지고, 집안의 가장 어른이자 불같은 성격을 가진 아버지께 혼나게 되어 나도 녀석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계산했던 거 같다. 그래서 열심히 복종훈련을 시키며 또비(첫 강아지의 이름)의 자제력과 규칙을 지키는 법길러주자고 다짐하였다.


그런데 막상 훈련을 시작하고 나니 나는 강아지 훈련에 꽤 특화된 재능이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나는 또비에게 앉아, 엎드려 등 복종훈련을 시키는 방법을 알아와 열심히 훈련시키고, 신문지에 배변을 묻혀 구석지에 놓고 신문지 위에 배변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지금이야 많은 곳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90년대 중반인 당시에 어디서 그런 방법을 터득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복종훈련으로 자제력과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또 강아지의 특성, 언어에 대해서도 잘 관찰하고 공부했다. 강아지도 지성과 감정이 있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주인이 이런 욕구나 감정을 무시하거나 알아먹지 못하면 강아지는 답답한 마음에 더욱 목소리 높여 말썽을 일으킨다.


그렇게 나는 어려서부터 현재까지 여러 강아지 돌보며 강아지 하나 돌보는 데에도 많은 지식과 그에 맞는 노력과 책임이 필요하단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에 비해 훨씬 고등생물인 인간을 양육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지는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내의 임신 초기부 나는 그 어렵고 무거운 책임을 지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공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알아야 대응하는 법이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내가 대응하는 만큼 아이가 편하다. 그리고 아이가 편하면 내가 편하다. 그게 내가 나 살자고 공부하는 이유이다.





이전 08화 별아, 빛아 아빠 먼저 좀 챙길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