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란 무엇인가?

워킹데드를 보고, 좀비딸을 봤습니다(노스포 입니다)

by ANDTAX

매번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려다 보니 글이 어려워진다고 느껴지는 찰나, 쉬운 주제를 무겁게 풀면 쉽게 글이 써지지 않을까 하여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위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사실 뭐 더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는 좀비영화나 고어한 영화를 보면서도 식사를 하고, 인간지네도 라면을 먹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인간지네를 보고 며칠간 밥을 못 먹었다고 합니다

보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오컬트나 주술, 마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중2병의 증상인 이러한 현상들은 결국 제가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현상을 밝혀내고 싶다'는 관점에서 탐구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판타지의 세상에서 답을 찾아가는 모험을 하게끔 하였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저는 '좀비'를 알게 되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PC게임이나 보드게임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대중적인 관심이 없었다가, 다양한 좀비영화나 좀비게임, 그리고 좀비게임을 영화화하면서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면서, 이제는 좀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형 좀비'를 한국에 가장 많이 알린 영화가 아닐지..

좀비는 보통 '살아있는 시체'라는 개념에서 시작을 하는 듯합니다. 원래는 산사람이 일종의 중독된 상태가 되어 의식이 없고 부두교 사제의 지시를 따르게 되는 것으로 인간 대신 일을 하고 병사 대신 싸우지만 의식은 불투명한 상태가 되고 언어능력도 없기에, 말 그대로 말이 되지 않은 '살아있는 시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화화된 좀비는 모종의 사건으로 무덤에서 깨어나거나, 인체실험을 당하거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어 죽었다가 일어난 말 그대로 좀비로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모습을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이 영화는 1968년도에 나왔다

기원과 다른 형식으로 나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영화는 원인을 몰라야 더 무섭고, 공격성이 높아야 하며, 또 원인 모르게 감염도 되어서 인류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야 더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그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좀비영화는 점점 더 자극적이게 바뀌며, 새로운 설정도 늘어납니다.


분노바이러스와 달리는 좀비라는 설정을 넣은 28일 후부터, 다양한 변종도 나오게 되고, 물리거나 혈액으로 감염된다는 설정이나 공기 중에 감염되고 죽으면 발현된다는 성질 등등 더욱더 인류가 대항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내와 좀비물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두 가지는, 하나는 좀비사태가 나타나기 전에 방공호를 만들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좀비가 되면 어떡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뭐 방공호는 돈이 있으면 만들면 되는 것이니 그렇다 셈 치고, 가족의 일원이 좀비가 되면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미리 정해두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저는 기존에는 '좀비는 허구고, 좀비는 과학적으로 ATP를 생성하지 못하고, 시체가 고기를 먹거나 만약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지만 이성이 없다고 한들 인육 또는 생물의 고기만 먹어서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면역체계만 없어도 좀비는 각종 벌레와 미생물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어서 1-2달만 버텨도 전멸한다. 총기 앞에서는 더 빨리 무력화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아내가 안심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반응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좀비 또는 좀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고 전제해 봅니다. 좀비가 되는 원인이


- 생물학적으로, 법적으로 살아있지만 이성만 없는 상태

- 생물학적으로, 법적으로 죽었으나 움직이는 상태


두 가지로 놓고 시작합니다.


더 쉬운 건 사실 죽었으나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시체나 신체는 사실 소유권 대상으로 보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시체나 신체의 소유권을 부여하면 시체나 장기매매도 관념적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해당 내용은 드라마 에스콰이어에서도 간단하게 소개됩니다.


한국은 일단 시체의 소유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명시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러면 죽은 좀비를 집안에 보관하거나, 납치하는 것도 현행법상으로는 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적어도 제사가 남아 있는 한국은 그런 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한국 형법은 시체손괴, 유기, 은닉, 영득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좀비를 손괴하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죽었다고 전제한 좀비의 공격은 일단 시체손괴죄가 성립하겠으나 정당방위 등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당연한 결과기 때문에, 살아있는 좀비라고 하더라도 공격하면 상해죄가 되겠으나 정당방위가 됩니다. 이런 거 말고 조금 더 나아가보면 어떨까 합니다.


배우자가 좀비가 되었습니다. 어찌어찌 되었건 통제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는데, 배우자는 이성도 없고 식탐도 강해졌으며 노동능력도 사실상 상당히 소멸되었습니다.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제하면, 더 이상 해당 배우자와 살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6호 사유

저 정도면 사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같습니다. 배우자가 불치병인 좀비병에 걸려버렸고, 더 이상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같습니다.


재판상 이혼사유가 성립할 듯한데, 문제는 재판에 배우자가 출석하여야 합니다. 배우자가 의사능력이 없으므로 결국 기존 금치산자 제도를 개선한 후견인 제도를 활용하여야 합니다. 후견인을 통하여 이혼소송을 하는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조금 편법이지만 더 쉬운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5호 사유를 보면 생사불명 3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종신고 등을 하면 3년이 걸리고, 민법도 일반실종은 5년이지만, 좀비사태와 같은 경우 특별실종신고로 1년으로 단축됩니다. 물론 1년간 잘 어딘가 몰래 가두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실종신고상태가 해소되면 재혼도 가능합니다. 운 좋게 치료제가 나오면, 치료제를 통해서 이성을 찾은 배우자와 재결합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반대로 당신은 운 나쁘게 물려서 좀비가 되었고, 좀비가 된 상태에서 여러 사람을 죽이고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는데, 운 좋게도 좀비말소작전에서 떨어뜨린 핵미사일을 맞지 않고 살아남아서 배회하다가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치료제를 맞아서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좀비가 된 상태에서의 범죄가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결국 여러분은 좀비에서 인간이 되었으나, 좀비가 되었을 당시의 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여러분은 이성이 없었고, 기억도 흐릿합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좀비가 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죽었지만 그것은 바이러스 때문이지 나 때문은 아닙니다. 그냥 사람을 죽인 사람과 바이러스 때문에 심신상실, 심신미약이 된 저를 동급으로 놓는 것은 평등에 맞지 않습니다.


다소 음주운전자들과 비슷한 논리를 구성하였다는 이유로 상당한 비난을 받았으나 여러분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유일한 좀비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진 사람입니다. 정부는 당신의 정체를 알아내고 당신을 납치해서 고된 회유 끝에 당신의 혈액을 항체로 만드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인권은 상실되었고 죽기 직전까지 피를 뽑아서 항체를 만들게 합니다. 여러분의 희생으로 세상은 구원을 얻습니다.


이런 희생은 너무나 숭고하지만 여러분 개인의 삶은 한도 끝도 없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피를 제공하더라도 하루에 어느 정도를 제공하고, 실험에 협력하되 그 외의 보상이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을 피를 만드는 탱크로 만들어버리면 세상을 구해도 여러분은 그대로 잊힐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본 내용이며 제가 상상한 내용은 아닙니다)


어느 기업은 좀비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었으나, 해당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고 많은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국제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게 되고, 해당 기업은 피해회복에 힘쓴다고 하며 감염된 시민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는 척하다가,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 감기보다 전염률이 낮고, 간단한 처치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며, 일부 언론을 통해서 과장되었고, 국가가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여 피해가 확산되었고, 기업은 해당 바이러스는 원래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으며 실제로도 치매치료나 운동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사실과 기업이 개발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수많은 발표에도 기업은 재판에서 승소하였고, 시민들은 좀비바이러스 후유증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가족을 잃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해당 재판에서 기업에게 승소판결을 선고한 판사는 해당 기업의 법무실장으로 채용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제 상상입니다)



좀비는 부두교에서 시작하였다고 하나, 광견병, 광우병 등을 원인으로 하는 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죽은 시체를 다시 조종하는 그런 경우는 사실 과학적으로 너무나 추측하기 어려우므로, 이성을 잃은 인간으로 전제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종 신종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고 인육을 먹는다는 등 이상한 외신도 소개되기도 합니다.


좀비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국민들은 자신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어떻게 좀비를 막을지에 대한 어떠한 프로토콜도 없습니다. 좀비가 된 상태에서 입힌 피해는 처벌대상이 되고, 좀비를 공격하는 행위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국회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좀비사태대응특별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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