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시에서 시작된 국제적 문화 프로젝트의 중심지
사마르칸트의 여름은 한국보다 온도가 높지만,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 조금은 견딜 만했다. 그러나 땡볕 아래에서는 그늘을 찾기 어려워 뜨거운 태양이 피부를 강하게 내리쬐었다.
그런 더운 날, 나는 아프라시압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고대의 역사가 숨 쉬는 이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더위를 이겨내게 했다.
아프라시압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어로 된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유적지라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하고 호기심이 일었다.
고구려 사절단이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던 역사적 기록이 담긴 이곳은, 대륙을 넘어 역사의 실타래가 어떻게 엮여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이 유적 발굴과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더 깊이 탐색하던 중, 복원된 벽화 앞에 서게 되었다. 1965년 아프라시압 언덕에서 발견된 이 벽화는 소그드 문명의 번영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자, 고구려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마치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조상들과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 벽화의 발견은 고대 실크로드 무역과 외교 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가 현지 박물관과 협력하여 이 벽화를 복원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복원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의 숨결을 더 느끼고자 실제 아프라시압 유적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황량하고 폐허 같은 모습에 다소 실망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상상했던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동시에 이곳에 숨겨진 무수한 이야기들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물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고대의 역사가 다시 깨어나는 순간을 그려보며, 사마르칸트가 지닌 시간의 깊이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아프라시압이 단순한 고고학 유적지를 넘어 역사적 순환의 생생한 증거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이곳이 실크로드의 외교와 교류의 중심지였듯이, 오늘날에도 한국과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문화적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이곳에서 교차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는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가 이 역사적 유산을 이해하고 보존함으로써 더 연결되고 밝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아프라시압에서의 경험은 문명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더라도 인간의 교류와 이해에 대한 열망은 변함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