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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Oct 22. 2024

샤흐리삽스: 정복자 티무르의 고향을 걷다

텐산 산맥을 넘어 만난 티무르의 전설

여정의 시작: 티무르의 고향 샤흐리삽스  


샤흐리삽스는 아미르 티무르가 태어난 곳으로, 그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역사적인 도시다. 본래 케슈라 불렸던 이곳은 페르시아어로 ‘녹색 도시’를 의미하는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도시는 티무르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의 정복 활동과 더불어 티무르 제국의 시작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들로 가득하다. 티무르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그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아미르 티무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로

티무르 역사박물관 : 타슈켄트에서 만난 영웅의 발자취


택시로 떠나는 텐산 산맥 횡단  


사마르칸트에서 출발해 샤흐리삽스로 가는 길은 약 1시간 반이 소요되며, 택시를 예약해야만 했다. 텐산 산맥을 넘어가는 여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산을 넘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자연 풍경과 고원의 맑은 공기는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 주었다. 나무가 많지 않고 군데군데 돌과 흙이 보이는 고원의 모습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예술 작품 같았고, 택시를 타고 지나가며 감상한 풍경은 우즈베키스탄의 자연미를 새롭게 조명하게 해 주었다.


아크사라이 유적 단지: 위대한 왕국의 흔적  


샤흐리삽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 중 하나는 바로 아크사라이 유적 단지다. 티무르의 웅장한 계획에 의해 세워진 이 궁전은 지금도 그 위엄을 자랑한다. 


높이 38미터의 정문 기둥 두 개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그 거대한 규모는 과거의 영광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곳은 원래 마을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나, 현재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관광지로 조성되었다. 현지인들 중 일부는 이러한 인위적인 변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유적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티무르의 거대한 동상: 전설을 잇는 상징  


아크사라이 단지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티무르의 거대한 동상이다. 타슈켄트의 기마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티무르가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의 동상은 유적들과 어우러져 마치 왕국을 지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멀리서 사진을 찍으면 티무르가 아크사라이 건물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독특한 장면이 연출되며, 많은 관광객들이 이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근처에서 맴돈다. 이 동상은 티무르의 역사적 위상을 단순한 유적으로 넘어서, 살아 있는 전설로 느껴지게 한다.


제항기르 영묘와 코크굼부즈 모스크  


아크사라이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제항기르 영묘와 코크굼부즈 모스크에 도착하였다.

제항기르 영묘는 티무르의 장남 제항기르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의 깊은 가족사와 제국 건설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크굼부즈 모스크는 샤흐리삽스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으로, 파란 돔과 정교하게 장식된 벽면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서서 보면 그 시대의 종교적 중요성과 티무르가 이 지역에 남긴 흔적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티무르 제국의 영웅을 추억하며  


샤흐리삽스는 단순한 고대 도시 그 이상이다. 티무르가 남긴 유산을 통해 제국의 위대함과 그의 영향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사마르칸트와 가깝지만 독특한 매력과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이 도시로 시간이 있다면 꼭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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