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산 산맥을 넘어 만난 티무르의 전설
샤흐리삽스는 아미르 티무르가 태어난 곳으로, 그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역사적인 도시다. 본래 케슈라 불렸던 이곳은 페르시아어로 ‘녹색 도시’를 의미하는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도시는 티무르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의 정복 활동과 더불어 티무르 제국의 시작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들로 가득하다. 티무르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그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아미르 티무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로
사마르칸트에서 출발해 샤흐리삽스로 가는 길은 약 1시간 반이 소요되며, 택시를 예약해야만 했다. 텐산 산맥을 넘어가는 여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산을 넘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자연 풍경과 고원의 맑은 공기는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 주었다. 나무가 많지 않고 군데군데 돌과 흙이 보이는 고원의 모습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예술 작품 같았고, 택시를 타고 지나가며 감상한 풍경은 우즈베키스탄의 자연미를 새롭게 조명하게 해 주었다.
샤흐리삽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 중 하나는 바로 아크사라이 유적 단지다. 티무르의 웅장한 계획에 의해 세워진 이 궁전은 지금도 그 위엄을 자랑한다.
높이 38미터의 정문 기둥 두 개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그 거대한 규모는 과거의 영광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곳은 원래 마을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나, 현재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관광지로 조성되었다. 현지인들 중 일부는 이러한 인위적인 변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유적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아크사라이 단지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티무르의 거대한 동상이다. 타슈켄트의 기마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티무르가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의 동상은 유적들과 어우러져 마치 왕국을 지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멀리서 사진을 찍으면 티무르가 아크사라이 건물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독특한 장면이 연출되며, 많은 관광객들이 이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근처에서 맴돈다. 이 동상은 티무르의 역사적 위상을 단순한 유적으로 넘어서, 살아 있는 전설로 느껴지게 한다.
아크사라이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제항기르 영묘와 코크굼부즈 모스크에 도착하였다.
제항기르 영묘는 티무르의 장남 제항기르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의 깊은 가족사와 제국 건설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크굼부즈 모스크는 샤흐리삽스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으로, 파란 돔과 정교하게 장식된 벽면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서서 보면 그 시대의 종교적 중요성과 티무르가 이 지역에 남긴 흔적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샤흐리삽스는 단순한 고대 도시 그 이상이다. 티무르가 남긴 유산을 통해 제국의 위대함과 그의 영향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사마르칸트와 가깝지만 독특한 매력과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이 도시로 시간이 있다면 꼭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