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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에서 오데사로 떠나다

버스 타고 여섯 시간 반의 긴 여정!

by 타이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여행을 마친 나는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아직 키이우에서 못 본 것들도 많아 아쉬웠지만 다음 여행지의 설렘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다음 행선지는 우크라이나 최대의 항구도시 오데사다.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키이우에서 오데사 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데사로 떠나기 위한 여정 : 버스 정류장을 찾아라!


키이우에는 버스터미널이 여러 개 있다. 그래서 어디에서 오데사를 가는 버스를 타는지 조금 헷갈렸지만 현지인의 도움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키예프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키이우 중앙버스 터미널 (Центральний автовокзал 첸트랄늬 압도바그잘)에 오데사행 버스가 있다. 만약 택시로 이동할 때 택시 기사가 중앙 버스터미널 해도 못 알아들을 경우에는 데밀립스카 (Деміївська) 역 근처 터미널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 같다. 지도를 보고 그냥 우버나 얀덱스 같은 콜택시 앱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버스터미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한국의 지방 중소도시 정도의 버스터미널의 느낌이 난다. 버스 탑승을 위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터미널 안에는 각 버스회사들의 사무실이 있다. 내가 이용한 버스는 Gunsel 회사의 버스였다. 이곳에는 한국의 버스터미널과 다른 점이 있다. 한국에는 버스 운영 회사가 다르더라도 티켓 카운터에서 통합해서 발권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해당 노선에 해당하는 버스회사에서 직접 발권과 탑승등을 담당하고 있다. Gunsel의 버스는 우크라이나 전역 장거리 버스뿐만 아니라 폴란드 바르샤바 등 국제선 버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전날 미리 와서 발권을 해두었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서 표를 보여주며 탑승 플랫폼만 다시 확인하고 나왔다.



크고 안락한 버스 그렇지 못한 도로 상태





키이우발 오데사행 버스 시간표와 가는 경로다. 하루 총 5번 출발하고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 된다. 한국의 경부선 버스가 4시간 정도 걸리고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 노선이 6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는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거리의 버스노선이다. 요금은 컴포트 플러스 좌석(프리미엄) 기준 425 흐리브냐 (한화 17,000원) 정도이다. 나는 컴포트 플러스를 탑승하고 이동하였다.

컴포트+ 버스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회사들은 회사 로고에 국기의 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을 즐겨 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태극무늬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된다.


버스 내부의 모습. 컴포트 + 좌석 간격은 우리나라의 우등 석정도 된다. 개인 스크린이 하나씩 있어서 여기서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도 있고 영화나 인터넷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버스에 승무원이 탑승해서 간단한 간식과 차를 제공한다. 컴포트 + 좌석에서는 마실 것 한 종류(홍차, 녹차, 커피)와 초코바를 먹을 수 있다. 맛은 평범하였다. 개인 스크린으로 인터넷도 지원하지만 정말 느리다. 포털사이트 페이지 하나 뜨는데 몇 분이 걸리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사진은 거의 뜨지 않았다. 그냥 휴대폰을 충전하며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였다. (모바일 인터넷도 사실 신호가 오락가락하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도로의 노면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프리미엄 버스인데도 승차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혹시 버스를 탈 기회가 있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긴 여정의 휴식 : 도로 휴게소


3시간여를 달려서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와서 이곳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여러 가지를 시켜먹었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터키인 승객들이 영어로 물건을 사려고 시도하다가 말이 통하지 않아 실패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자신들은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는 못 먹는데 무슨 메뉴가 있는지 확인해주고 사는 걸 도와주라고 했다. 갈고닦은 생존형 러시아어로 무사히 주문을 완료하였다. 터키인들과 앉아서 같이 요기를 하고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휴게소 밖에는 길고양이들이 있었다. 아까 같이 밥을 함께 먹은 터키인들이 자신들의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터키에서는 고양이가 터키의 영혼이자 신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신성한 동물이라고 한다. 터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고양이에 대해서 호의적이라고 한다. 그날 터키인들 덕분에 휴게소의 고양이들은 포식을 할 수 있었다.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 우크라이나의 보석 오데사


그렇게 3시간여를 더 달려서 오데사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데사에서도 버스터미널이 두 개가 있어 두 번 정차한다. 외곽 버스터미널에서 한번 그리고 시내 중앙에 있는 터미널에서 정차한다. 보통 숙소나 기타 관광지가 중앙에 있기 때문에 중앙버스터미널에서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흑해 최대의 항구무역도시이자 문화 예술의 도시다. 항구를 끼고 있어 제조업과 무역업이 강세를 띄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 인구는 100만 정도로 대한민국 광역시 정도의 규모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표트르 대제의 도시라면 이곳은 예카테리나 2세가 키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오데사라는 명칭도 예카테리나 2세가 지어준 이름이다. 당시 러시아 제국은 그리스-로마의 영광을 잇는 적통이자 제3의 로마제국을 자처하였다. 그래서 예카테리나 여제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에서 이름을 따와 도시 이름을 오데사라 명명하였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동유럽 근현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러시아 제국 시절에는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릴 정도로 농업생산력이 높다.)에서 생산한 곡물들을 유럽 전체로 수출하는 무역항이었다. 그래서 러시아 제국이 유럽 국가들과 정치적으로 마찰이 있을 때마다 이곳 항구에서 나가는 곡물의 수출을 중단하여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근대에는 러시아 제국의 몰락과 10월 혁명의 단초가 된 '포템킨 함의 반란사건.' 이 시작된 곳이다.


호텔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 뒤 여행을 오데사 여행을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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