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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전함 포템킨'의 무대 '포템킨 계단'에 가다

러시아 혁명의 단초가 된 오데사

by 타이준

오늘 소개할 곳은 저번 여행기에 언급된 영화 '전함 포템킨'의 무대가 된 '포템킨 계단'이다.


우선 본격적 여행기에 앞서 이곳에 얽힌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과거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는 오랜 기근과 일본과의 전쟁으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황족들은 사치를 일삼았는데 이를 본 시민들은 분노하였다. 급기야 1905년 1월 22일 일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만 명의 군중들이 집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집회 과정에서 시위대와 군의 충돌로 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사건을 '피의 일요일 사건'이라고 부른다.

비무장한 시민들이 무참하게 사살당하는 것을 본 제정 러시아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 여파로 공업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파업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오데사도 그 파업에 참가한 도시 중에 하나였다.

그 와중 오데사의 항구에는 전투함 포템킨 (러시아명 :Потёмкин 빠쫌낀)이 정박해 있었다. 함 내의 수병들 또한 열악한 근무환경에 불만이 폭발해 함장과 장교들을 살해하고 함선을 장악한다. 수병들은 도시의 노동자와 합세하겠다는 표시인 붉은 깃발을 올리고 도시의 군 주둔지에 함포사격을 가했다. 이에 도시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들의 열기가 고조되어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모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 및 군의 충돌로 2천 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니콜라이 황제는 이를 무마하고자 평민들에게도 일부 참정권을 준다는 내용의 10월 선언을 발표하였다. 황제의 선언으로 시위는 일단락되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황제는 더 이상 신의 대리자이자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들을 억압하고 수탈하면 언제든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중에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단초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데사와 포템킨 함 반란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데사의 포템킨 계단을 소개하겠다.

오데사 포템킨 계단 앞에 있는 리셀리아의 동상이다. 리셀리아는 프랑스인으로 예카테리나 2세의 명령을 받고 오데사를 자유무역항으로 만든 오데사의 초대시장이다. 지금의 오데사를 만든 인물이다.

오데사 포템킨 계단이다. 오데사에 오니 그동안 나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추위와 눈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이곳은 불바르 계단이라고 불렸으나 아까 설명한 포템킨 함의 반란사건 이후 이곳이 포템킨 계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동맹 파업과 포템킨 함의 수병들의 합류로 고조된 군중들이 시위를 벌인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러시아의 역사를 바꾼 곳이기도 하지만 세계 영화사를 바꾼 명작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독일계 러시아인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이 포템킨 전함의 반란사건을 모티브로 '전함 포템킨'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 영화의 명장면이 이 포템킨 계단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아마 영화 마니아라면 이곳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파업으로 집회에 모인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며 발포하며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에이젠슈타인은 다른 곳이 아닌 이 장면을 포템킨 계단에서 직접 촬영하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 장면이 익숙할 것이다.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가 포템킨 계단에서 아슬아슬하게 굴러서 떨어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라고 하는데 후대에 많은 감독들이 이 장면을 오마쥬 하였다. 영화감독 에이젠슈타인은 이 영화를 27살에 제작하였는데 당시 영화에는 없던 개념인 몽타주 기법을 이 영화를 통해서 확립하였다고 한다. 각 영화의 컷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내용을 만든다는 개념이었다. 지금은 현대 영화 및 영상매체 제작에 있어서 기본 요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영화의 몽타주가 무엇이냐 하면 교과서처럼 등장하는 영화이고 지금도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영화이다.

포템킨 계단을 직접 걸어서 오르내릴 수 있다. 계단 바로 옆에는 푸니쿨료르 같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타고 올라가며 바다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탑승료는 한화 200~300원 정도이다.


날씨가 약간 어두워서 그런지 포템킨 계단의 모습이 약간은 을씨년스러웠다. 어쩌면 여기에 얽힌 비극적인 역사가 겹쳐 보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하다. 여름에 이곳을 찾는다면 정말 아름다울 거 같다.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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